[제15회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구리, 팻감 없이 패를 걸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11면

<결승 2국> ○·허영호 8단 ●·구리 9단

제14보(169∼181)=박영훈 9단과의 대화.

-초반 우하에서의 일차 전투는 백의 성공이었다. 이후 싸움에선 계속 흑이 승리했다. 백 집은 좌변과 상변 모두 깨졌다. 한데 바둑은 여전히 백 우세다. 어찌된 일인가.

 “초반 우하 전투에서 흑은 백 열 점을 잡고 하변을 살려줬다. 이 결과는 보기와 달리 실은 아주 망한 것이다. 그 때문에 이후 별짓을 다 해도 역전이 힘들었다.”

 우변 흑 집은 줄잡아 50집이나 되고 백은 사방에 조각 집뿐인데 바둑은 백 승의 국면이다. 구리 9단은 169부터 최후의 변화를 시도한다. 정수는 ‘참고도’ 흑1로 사는 것. 그러나 쉽게 선수를 넘겨주는 즉시 바둑은 일사천리로 결정된다. 도저히 덤을 낼 수 없다.

 확연히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흑은 일찌감치 치명상을 입었던 것이다. 그걸 감춘 채 싸워왔지만 더 이상 버틸 수 없었던 거다. 해서 마지막 수단으로 173까지 패로 저항했지만 백은 좌변 쪽에 팻감 공장을 갖고 있다. 반면 흑은 눈을 씻고 봐도 팻감이 없다. 시시한 곳에 패를 쓰다간 하변 대마가 사활에 걸려든다. 구리는 181에 두고 있다. 무슨 수일까. 구리가 항복하려는 것 같다(177·180=패 때림).  

박치문 전문기자

▶ [바둑] 기사 더 보기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