펠프스 전 같지 않고, 원하던 레인 받고 … 박태환 200m 금 밝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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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환(위)이 25일 열린 상하이 세계수영선수권대회 남자 자유형 200m 준결승에서 힘차게 스타트하고 있다. 박태환은 1분46초23의 기록으로 전체 4위에 올라 결승에 진출했다. 결승에서 6번 레인을 배정받은 박태환은 “6번 레인에 만족한다”고 했다. [상하이=연합뉴스]

펠프스

박태환(22·단국대)이 세계수영선수권대회 2관왕에 도전한다. ‘수영 황제’ 마이클 펠프스(26·미국)를 넘어서야 가능한 꿈이다.

 박태환은 25일 중국 상하이 오리엔탈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2011 국제수영연맹(FINA) 세계수영선수권대회 남자 자유형 200m 준결승에서 1분46초23으로 결승에 진출했다. 준결승 전체 4위를 차지해 결승에서는 6번 레인을 배정받았다. 그는 “6번 레인에 만족한다”고 했다. 박태환은 26일 오후 7시(한국시간)에 시작하는 자유형 200m 결승에서 우승을 노린다. 박태환에게 자유형 200m 금메달은 큰 도전이다. 그는 이 종목 아시아 최고기록(1분44초80·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을 갖고 있지만 메이저 국제대회에서는 우승한 경험이 없다. 박태환은 2007년 멜버른 세계선수권대회 자유형 200m에서 동메달,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때는 은메달을 따냈다. 두 대회 모두 펠프스가 우승했다.

 펠프스는 이날 준결승에서 1분46초91을 기록해 5위로 결승에 올랐다. 이번 대회에서 컨디션이 저조한 모습이다. 반면 박태환은 자유형 400m에서 금메달을 따내면서 컨디션이 최고조에 이르렀다.

◆펠프스의 ‘베이징 후유증’=펠프스는 베이징 올림픽에서 사상 최초로 8관왕(자유형 200m, 접영 100·200m, 개인혼영 200·400m, 계영 400·800m, 혼계영 400m)에 올랐다. 그리고 2009년 로마 세계선수권 5관왕(접영 100·200m, 계영 400·800m, 혼계영 400m)으로 대회 최우수선수(MVP)에 뽑혔다.

 그러나 펠프스는 올해 초 그랑프리 대회 접영 200m에서 두 차례나 우펑(중국)에게 밀려 우승을 놓쳤다. 접영 200m는 펠프스의 주종목이다. 호주 일간지 시드니타임스는 펠프스의 전담코치 밥 보우먼이 “지난해엔 펠프스보다 내가 몸이 좋았다”고 말했을 정도로 펠프스가 게으른 시간을 보냈다고 지난 15일 보도했다. 1960년대 미국의 수영 영웅 마크 슈피츠는 “아마 펠프스가 베이징 올림픽 이후 더 빨리 헤엄쳐야 할 이유를 찾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펠프스는 최근 AFP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한 해 동안 난 게을렀고, 수영장보다 골프 코스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지난 8개월 동안 잘 짜인 훈련을 해서 이전의 상태로 돌아왔다”고 했다. 그러나 펠프스는 24일 대회 남자 400m 계영에서 동메달에 머물렀다.



◆돌핀킥에 성패 달려=베이징 올림픽에서 펠프스와 박태환의 메달 색깔을 가른 건 돌핀킥이었다. 돌핀킥은 스타트 혹은 턴 직후 수면 아래서 다리와 허리 힘으로만 헤엄치는 것을 말한다. 스트로크와 발차기로 헤엄치는 것보다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규정상 최대 15m까지만 할 수 있다. 단거리에서는 돌핀킥이 ‘명품 모터’ 역할을 한다.

 베이징에서 펠프스는 돌핀킥을 13~14m까지 이용한 반면 박태환은 7m 정도밖에 하지 못했다. 박태환은 지난해 1월 마이클 볼(호주) 코치의 전담 지도를 받은 이후 돌핀킥을 가다듬는 데 주력했다. 그 결과 광저우 아시안게임 때는 9~10m까지, 지난달 참가한 샌타클래라 그랑프리 때는 최대 12m까지 돌핀킥 거리가 늘어났다. 박태환은 샌타클래라 그랑프리 자유형 100m에서 처음으로 펠프스를 꺾고 우승했다.

 SK텔레콤 박태환 전담팀의 권태현 체력담당관은 “박태환이 지난해보다 근력이 5~10% 정도 향상됐다. 약점이던 유연성도 개선됐다”고 했다. 이 덕분에 박태환은 돌핀킥 거리가 늘어났고, 단거리 성적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 박태환은 펠프스 외에도 파울 비더만(독일), 라이언 록티(미국) 등 경쟁자를 넘어서 자유형 200m 우승을 노리고 있다. 박태환은 준결승 후 “펠프스 경기는 보지 못했고, 록티가 굉장했다. 긴장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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