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또 감원바람 예상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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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위기 이후 대규모 인력감축으로 홍역을 치렀던 은행권에 또 다시 감원바람이 예상되고 있다.

대출.송금 등을 은행창구에 가지 않고 사이버공간에서 해결하는 인터넷뱅킹 강화로 여유인력이 생겨나고 있는 데다 제2차 금융구조조정을 앞두고 은행들이 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인력 재조정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서울은행은 경영 조기 정상화 방안의 하나로 현재 인력의 약 20%에 달하는 1천명의 임직원을 연내 줄이기로 방침을 정했다.

이 은행은 명예퇴직 등의 방법으로 임직원을 줄일 경우 모두 3백40억원에 달하는 퇴직금 가산금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20일 신임행장 체제를 출범시킨 국민은행도 곧 구조개혁 촉진 차원에서 인력재배치 작업에 들어갈 가능성이 크다.

신임 김상훈 행장은 최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를 통해 "인터넷 영업을 강화하다 보면 여유인력이 생길 수밖에 없다" 고 밝혀 인력감축이 불가피함을 시사했다.

올들어 외국인 행장이 취임한 제일은행도 영업본부제가 본격화하는 오는 6월말부터 본부별로 인력구조조정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1월 제일은행 대주주인 뉴브리지캐피털이 컨설팅업체인 베인 앤드 컴퍼니사에 의뢰한 인력구조개편 분석에 따르면 1999년말 현재 4천8백33명에 달하는 임직원 수를 올 연말까지 3천7백30명으로 줄일 것을 권유했다.

평화은행은 최근 전산부 직원 1백명 중 이직을 희망하는 68명을 전산업무 아웃소싱 자회사인 넥스비텍으로 전직시켰다.

인터넷 금융업무를 강화하고 있는 C.H은행 등도 조만간 여유인력의 보직재배치 방법으로 희망직원들의 명예퇴직을 유도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한편 은행들의 이같은 인력감축 움직임에 대해 노조는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이재천 국민은행 노조위원장은 "외환위기 이후 어려운 시기에 고통을 함께 나눈 직원들을 이제 와서 경영합리화라는 명분으로 퇴출시키는 것은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 고 말했다.

임봉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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