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밸리는 지금] 가족끼리 '진검 승부'

중앙일보

입력

며칠전 사이트를 오픈한 기업간전자상거래(B2B) 전문업체 인더스트레이더닷컴의 이면희 사장.

잘 나가고 있는 경매사이트 옥션의 창업자 오혁 사장과는 친동서지간이다. 이 사장은 옥션의 초창기부터 투자유치에 앞장섰고 비즈니스 모델 개발에도 많은 조언을 했다. 현재도 상임고문직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이 사장이 인더스트레이더닷컴을 설립하면서 두 사람은 경쟁관계에 놓이게 됐다.

옥션이 올해 핵심사업으로 인터스트레이터닷컴이 손을 대고 있는 B2B시장에 진출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게다가 옥션의 경매방식은 인더스트레이더가 산업 원자재거래를 위해 만들어 놓은 사이트 운영모습과 아주 비슷하기 때문에 이제부턴 맞대결이 불가피하게 됐다.

이 사장은 옥션의 고문 자리를 곧 내놓겠다고 한다. 그러나 두사람은 앞으로도 경쟁할 부분보다 서로 협력할 부분이 많다며 B2B시장 전체 규모를 늘리기 위해 전략적 제휴를 할 수 있다는 열린 마음을 갖고 있다.

다음커뮤니케이션의 이재웅 사장과 네이버 서비스개발팀 이지연 과장과의 관계도 눈길을 끈다.
두 사람은 남매사이다. 네이버는 다음의 포털에 검색엔진을 제공하다 다음이 독자 검색엔진인 화이어볼을 개발하자 독립 선언을 했다.

뿐만 아니라 서로 메가 포털을 지향하며 맹렬히 경쟁하는 상대가 된 것이다. 최근엔 새롬기술이 다음을 합병하려다 그만두고 네이버를 인수하는 과정에서도 두사람은 서로 이런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주변에선 평소 너무 바빠 명절때만 겨우 얼굴을 볼 정도라고 한다.

영원한 적도, 영원한 동지도 없고 공과 사가 분명한 테헤란 밸리의 벤처들-. 한지붕아래서 오손도손 지내는 가족경영에 익숙한 우리 현실이지만 테헤란 밸리는 가족끼리도 선의의 경쟁을 하는 새로운 기업문화를 창출해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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