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한국계 주한미대사 인준 청문회 … 40분 만에 일사천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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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김 주한 미국대사 지명자(오른쪽)가 21일(현지시간) 미 상원 외교위원회의 인준 청문회에 가족과 함께 출석했다. 왼쪽부터 부인 정재은씨, 조카딸 새러, 큰딸 에린, 작은딸 에리카, 조카 남구, 성 김. [워싱턴=연합뉴스]


▶성 김=인준이 된다면 한·미 관계를 새로운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데 힘을 다하겠다.

▶짐 웹=다른 상원의원들로부터도 (추가) 서면질문을 받을 수 있으나 최선을 다할 것으로 믿는다. 당신의 인준을 위해 지원하겠다.

 21일 오전(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의회 상원회의실 419호에서 열린 성 김(51) 주한 미국대사 지명자에 대한 상원 인준 청문회는 시작된 지 40분 만에 덕담으로 끝났다. 날 선 질문과 위태로운 답변이 오가는 다른 검증 청문회와는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청문위원들 중에선 회의를 주재한 짐 웹(민주·버지니아) 외교위원회 동아태소위원장만 참석해 ‘일대일 청문’이 이뤄졌다.

 웹 위원장은 청문회 중간에 성 김 지명자에게 회의장에 참석한 가족들을 소개하라는 권유까지 했다. 성 김 지명자가 “가족들이 수줍어한다”고 하자 웹 위원장은 “당신도 수줍음을 잘 타는(shy) 사람 아니냐”는 농담을 던졌다. 성 김 지명자는 밝게 웃으며 “기립(stand up)”이라고 외친 뒤 부인 정재은(42·이화여대 졸업)씨와 두 딸 에린과 에리카, 그리고 형과 조카들을 방청객에게 소개했다. 특히 “외교관 직업은 가족에게 쉬운 일이 아니다”며 “때로 딸들이 ‘이사 그만 다닐 수 있도록 나가서 제대로 된 직업을 구해 보라’고 말한다”고 해 폭소를 자아냈다.

 그는 청문회 내내 “한국계 미국인(Korean-American)”이라는 표현을 모두 10차례나 사용했다. 1882년 한·미 수교 이후 129년 만의 첫 한국계 주한 미국대사로 지명된 데 대해 “35년 전 나를 데리고 미국으로 온 부모님은 내가 한국계 미국인으로서 첫 주한 미국대사로 일할 기회를 가질 줄 상상도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감회에 젖은 듯 그의 목소리가 잠시 떨렸다.

 그는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 시절인 2006년 미 국무부 한국과장에 임명된 이래 버락 오바마 대통령 취임 후 북핵 6자회담 대표 겸 대북특사로 일해 왔다. 성 김은 “북한 관련 업무를 하면서 느낀 건 그들의 생각을 정확히 알기 어렵다는 것”이라며 “북한이 천안함 침몰, 연평도 포격 등을 통해 미국과 한국의 양보를 얻어 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실수”라고 못 박았다. 그러면서 “오바마 대통령이 말했듯 지금은 한·미 동맹이 최강의 상태”라고 강조했다. 6자회담 재개와 관련해선 “북한이 협상으로 돌아올 준비가 돼 있는지 분명치 않다”고 말했다.

 한국 경제를 평해 보라고 하자 그는 “요즘 미국의 전자제품 매장에 가면 LG·삼성 등 한국산 제품들이 가장 눈에 띄는 곳에 진열돼 있다. 한국의 경제는 이미 미국처럼 성숙해 있다”고 답했다.

 청문회 말미에 웹 위원장이 일본인 납북자 문제로 인한 한·일 관계의 정서적 미묘함을 묻자 성 김 지명자는 “한국이 그렇듯 일본은 가장 가까운 우리(미국)의 친구”라며 “이명박 대통령과 일본 총리가 관계 개선을 약속한 만큼 문제가 안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청문회에 웹 위원장만 참석한 데 대해 미 의회 관계자들은 연방정부 부채 상한 증액 문제 등 긴급한 현안에 상원의원들이 몰두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별 쟁점 없이 일사천리로 진행된 최초의 한국계 주한 미국대사 인준 청문회는 웹 위원장의 덕담에 성 김 지명자가 “감사합니다(Thank you very much, Sir)”라고 화답하며 단막으로 끝났다. 웹 위원장은 청문회 뒤 “성 김 지명자에 대한 인준은 의회 휴회 전인 8월에 이뤄지리라 본다”고 말했다.

워싱턴=박승희 특파원

성 김(51) 주한 미국대사 지명자

▶ 한국명 김성용

▶ 1960년 서울 출생

▶ 부친은 김기완 전 주일공사(94년 작고)

▶ 아내 정재은씨와의 사이에 두 딸 에린과 에리카

▶ 73년 미국 캘리포니아주로 이민, 80년 시민권 취득

▶ 펜실베이니아대, 로욜라 로스쿨 졸업

▶ 검사로 재직하다 외교관으로 이직

▶ 주일·주한 미 대사관 근무

▶ 미 국무부 한국과장·6자회담 특사 역임

웹 “당신 신뢰한다” … 성 김 “스탠드 업” 가족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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