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만의 리그 ‘아산 SUPER LEAGUE’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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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산 최대의 축구잔치인 ‘2011 아산 슈퍼리그 축구대회’가 배방축구회(청년부-회장 류제원), 신정FC(장년부-회장 최성우)의 우승으로 막을 내렸다. 슈퍼리그 축구대회는 축구협회와 연합회 소속 팀들은 물론 소속이 따로 없는 동아리팀에, 직장팀까지 참가하는 명실공히 아산 축구 ‘왕중왕’을 가리는 한판 승부다. 올해는 청년부(25세 이상) 22팀, 장년부(40세 이상) 16팀 등 38팀이 참가했다. 3일부터 17일까지 청·장년부 각 4개조로 나눠 예선 경기를 펼쳐 8강 진출팀을 가렸다. 8강부터는 토너먼트로 진행해 최종 우승팀을 가렸다.

17일 아산 슈퍼리그 결승전이 열린 이순신 종합운동장에서 참가자들이 포즈를 취했다. [조영회 기자]

전문가들의 예상을 뒤엎다

“형 앞으로 찔러줘… 그래 뛰어”

 17일 오후 2시40분 아산 이순신 종합운동장. 30도를 웃도는 무더위 속에 아산 슈퍼리그 축구대회 장년부 결승전이 펼쳐졌다.

 지난해 아산시장기 직장인 축구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천우 축구단’과 15년 간의 돈독한 팀웍을 자랑하는 ‘신정FC’의 맞대결이었다.

 배불뚝이 회사원, 머리가 반쯤 벗겨진 경비원, 푸근하게 생긴 피자집 사장 등 각기 다른 업종에서 근무하는 이들은 축구공 하나로 사각의 그라운드 안에서 열의를 불태우고 있었다.

 생활체육협회 관계자들은 앞서(17일 오전 11시) 열린 준결승전에서 ‘아산1989’를 무려 6대0으로 대파하고 올라온 천우 축구단의 손쉬운 승리를 예견했다.

신정FC는 ‘인주FC’와 치열한 접전 끝에 4대2로 간신히(?) 결승전에 안착했기 때문이다. 경기가 시작되자 예상대로 천우 축구단의 파상공세가 이어졌다. 하지만 오프사이드를 교묘히 이용하는 신정FC의 수비전술에 말려들어 좀처럼 골문을 열지 못했다. 오히려 전반 18분 신정FC 유용득(41)선수가 천우 축구단 수비수들의 실수를 틈타 한번의 역습으로 골을 넣었다.

천우 축구단은 갑작스런 역습에 골을 허용하자 팀 분위기가 흔들렸다. 결국 후반 3골을 더 허용하며 4대0으로 져 신정FC 창단 후 첫 우승의 희생양이 됐다.

유영득 선수는 “끝까지 즐기자는 마음으로 경기를 한 것이 골을 넣을 수 있던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천우 축구단 김복현(45) 감독은 “첫 실점을 한 뒤 심적으로 흔들렸던 것이 패배의 요인 이었던 것 같다”며 “열심히 한 만큼 결과에 승복한다”고 말했다. 박상수 아산생활축구협회 사무국장은 “아마추어 팀들에게 이변은 흔히 있는 일이다. 이런 경기야 말로 우리 리그만의 매력”이라고 말했다.

승자와 패자 모두에게 박수를

장년부 결승전이 끝나자 곧바로 청년부 결승전이 펼쳐졌다. 충남 대표 선수가 4명이나 포진된 전통의 강호 ‘배방 축구단’에게 친한 선후배끼리 뭉쳐 창단한 ‘무지개 축구단’이 도전장을 내밀었다. 장년부 결승전과 비슷한 대결구도였다. 관중석에서는 무지개 축구단이 또 다른 이변을 연출 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렸다.

 “긴장하지 말고 얘기하면서 즐겁게 하자. 축구는 소통이야”

 무지개 축구단 선수들은 서로 소통을 하며 상대 진영의 빈 공간을 십분 활용했다. 하지만 배방 축구단의 빠른 스피드와 탄탄한 기본기 앞에서는 속수무책이었다.

배방 축구단은 전반 2분 오영상(31)선수의 골을 시작으로 15분과 17분 에이스 이명제(30) 선수의 소나기 골이 이어졌다. 하지만 무지개 팀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후반이 시작되자 마자 좌·우측 공간을 활용하는 공격으로 매섭게 몰아쳤다. 결국 경기막판 만회골을 넣었지만 경기를 뒤집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명제 선수는 “만약 시간이 더 있었다면 질 수도 있었던 경기였다. 우승을 해서 좋고 상대팀에도 격려를 보낸다”고 겸손해 했다. 박성관 아산축구협회장은 “무엇보다 이번 대회가 부상자 없이 끝났다는 것이 너무 기쁘다”며 “내년에는 올해보다 2배 많은 팀을 초청해 더욱 박진감 넘치는 대회를 조성하겠다”고 말했다.

글=조영민 기자
사진=조영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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