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관도 평범한 사람 … 리셉션 끝나고 집에 와 라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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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리셉션장에서 와인 잔을 들고 대화하다 집에 돌아와선 라면을 끓여 먹곤 합니다. 외교관들이 일반인들과 격리된 것처럼 보이지만 우리도 실은 평범한 사람들입니다.”

 현직 대사가 외견상 화려해 보이는 외교관 생활의 보람과 애환을 허심탄회하게 털어놓은 책을 펴냈다. 임기모(47·사진) 주 자메이카 대사대리가 주인공. 25일 국내에서 시판되는 책 제목은 『외교관의 솔직 토크』다.

 피랍된 한국선장 구출을 위해 외딴 섬에 홀로 들어갔던 일, 내전 중인 아프리카의 한 나라에서 예산 부족으로 안전지대로 주택을 옮기지 못하고 있다가 포탄이 날아든 일 등 외교관의 이면 생활을 담담하게 적었다. 외국 근무가 많은 탓에 아버지·어머니·장모 3명의 임종을 하지 못했던 외교관들의 아픔도 담겨 있다.

 임 대사는 “무슨 비밀스러운 외교 현안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영사 생활을 통해 경험한 내용을 바탕으로 삶을 풀어본 것”이라며 “외교관들도 사람이라는 걸 알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임 대사는 자신을 포함한 대한민국 외교관들의 문제도 솔직하게 지적했다. “눈알을 돌려가며 출신학교와 지방색 같은 폐쇄적인 잣대로 사람 사이를 구분짓는 나라는 개발도상국가를 빼면 대한민국뿐”이라고 했다. 또 “그동안 국민과 기업을 바라보지 못하고 조직 내부로만 향한 채 출세 지향적으로 변해버린 점을 반성한다”고 했다.

 임 대사는 외무고시 25기로 1991년 입부해 상하이 영사, 스위스 일등서기관, 워싱턴 주미대사관 참사관 겸 영사 등을 거쳐 지난 3월 자메이카 대사대리로 부임했다. 서울대(서문학과)를 나왔지만, 학벌 사회를 타파하자는 뜻에서 책에 학교 이름을 밝히지 않았다.

워싱턴=김정욱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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