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고용 늘려 5년 연속 두 자릿수 성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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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한국지멘스의 첫 한국인 최고경영자(CEO)에 오른 김종갑(59·사진) 회장은 이색 경력의 소유자다.

 산업자원부(현 지식경제부) 차관과 특허청장을 지낸 공무원 출신으로 하이닉스반도체 사장과 이사회 의장을 지냈고, 지난달에는 외국계 한국법인의 수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김 회장은 21일 서울 소공동 조선호텔에서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를 열고 “지인들이 갑(공무원)의 위치에서 을(국내 기업), 병(외국인 투자기업)으로 내려가는 중이라고 우스갯소리를 하는데, 끝없는 추락인지 계속되는 도전인지 지켜봐 달라”고 말을 꺼냈다.

 그는 “정책을 집행하는 공무원이나 민간 기업, 외국 기업의 수장 모두 시장을 잘 활용해야 성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똑같다”고 덧붙였다. 그는 가는 곳마다 조직의 변화를 주도해 ‘혁신 전도사’로 불린다.

 지멘스는 1847년 독일에서 설립된 이래 산업과 에너지, 헬스케어 사업 부문에서 지난해 113조원의 매출을 올린 다국적 기업. 193개국에 진출해 있으며, 그중 한국지멘스는 지난해 매출 1조7000억원에 690억원의 이익을 거뒀다. 60년 역사의 한국지멘스는 한국오스람 등 한국 내 12개 법인의 경영을 책임지고 있다. 특히 국내에 연구개발센터와 제조시설을 갖춘 얼마 안 되는 외국계 기업이다.

 그는 “지멘스가 외국계 기업이지만 가급적 현지화를 촉진하고 한국 기업들과 세계시장에 동반 진출하는 방안을 찾아보겠다”며 “특히 투자와 고용을 계속 늘려 앞으로 5년 동안 매년 두 자릿수 성장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우선 올해 안에 엔지니어와 세일즈 인력을 현재 1800명 수준에서 2000여 명으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김 회장은 “글로벌 본사의 방침을 잘 따르는 게 한국 지사장의 주된 역할이지만 본사의 경쟁력까지 높이는 방안이 있다면 의견을 적극 개진하겠다”며 “필요하다면 사업영역을 확대하기 위해 관련 분야에서의 인수합병도 적극적으로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하이닉스반도체의 매각과 관련해 “메모리 반도체 사업은 과감하고 신속한 의사결정을 필요로 한다”며 “하이닉스의 매각이 성공적으로 이뤄져야 메모리 1위 국가의 명성을 이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심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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