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층서 태보했더니 38층 상하진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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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서울 구의동 테크노마트 12층 피트니스센터에서 건물 흔들림 현상의 원인으로 알려진 ‘태보’수업 공개 시연이 열렸다. [변선구 기자]


19일 오후 3시30분 서울 구의동 테크노마트 12층 피트니스센터. 이곳에서 건물 흔들림 현상의 원인으로 지목된 ‘태보(태권도와 권투 동작을 결합한 에어로빅 댄스) 수업’ 공개 시연이 열렸다. 건물 고유의 진동수를 맞추기 위해 메트로놈(템포를 일정 간격으로 조정해주는 기계)을 진동 주파수 2.7㎐에 맞게 고정한 뒤 태보 시연자 23명이 흔들림 당시와 동일한 상황을 재연했다. 태보가 시작되고 8분 뒤 38층에 설치된 진동계측기에서 강한 진동 변화가 나타났다. 계측기에 나타난 가속도 크기는 7갤(진동 가속 정도를 나타내는 단위)로 평소 0.7갤보다 10배 가까운 수치였다. 계측기 뒤에 놓인 화분의 나뭇잎이 눈에 띄게 흔들렸다. 38층에서 근무 중이던 황연순(39)씨는 “5일 발생한 진동만큼은 아니지만 분명히 상하진동이 느껴졌다”고 말했다. 시연자 중 5일 당시 태보 운동에 참여했던 성순자(57)씨는 “당시 새로 온 강사의 첫 수업이었는데 평소보다 높은 강도로 몇 개의 동작을 수차례 반복시켰다”고 증언했다.

태보가 시작된 뒤 38층에 설치된 진동계측기 모니터에 변화된 파형이 표시되고 있다(작은 사진). [변선구 기자]

 정밀 안전진단을 맡은 대한건축학회 소속 성균관대 이동근 교수는 “실험 결과 태보 운동 당시 집단 뜀뛰기가 건물의 고유 진동수와 일치했다는 결론이 나왔다”며 “확률적으로 0.1%도 안 되는 경우”라고 말했다. 진단에 참여한 단국대 정란(건축학) 교수는 “수천 명이 동시에 집단운동을 했다면 몰라도 이 정도 상하진동으로는 건물 붕괴 위험은 없다”고 밝혔다.

 테크노마트 측의 공개 시연에 대한 의구심도 제기됐다. 일부 전문가들은“조금 더 격하게 운동했다고 진동이 발생했다는 설명은 이해하기 어렵다”며 “20여 명이 태보 수업을 했다고 건물이 흔들렸다면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는 증거”라고 지적했다.

글=남형석 기자
사진=변선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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