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꿔! 공짜표 문화] 下.외국선 어떻게

중앙일보

입력

"공짜 티켓을 요구한다고요. 그건 조직폭력배들이나 하는 짓 아닌가요. "

3년째 2백만명의 관객을 동원하고 있는 뮤지컬 '노트르담의 곱추' 를 상연 중인 파리 팔레 드 콩그레 관계자는 "고위 공직자들로부터 초대권 청탁이 들어오지 않느냐" 는 질문에 이렇게 반문했다.

프랑스.일본.미국.영국 등 선진국에선 홍보를 위한 프리뷰 공연에서 평론가.언론.후원기업에 초대권 몇장 보내는 것으로 그친다.

공직자들이 초대권을 강요하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다.

프랑스의 경우 정치인이나 공직자들이 비리에 연루되기만 하면 물증이 없더라도 '유죄 추정의 원칙' 을 적용, 해임하거나 스스로 사직하는 게 관례이기 때문이다.

최근 파리의 한 여론조사에서 시민들이 가장 선호하는 주말 여가는 공연 관람으로 나타났다.

자기 돈으로 표를 사 공연을 즐기는 여가생활이 자리를 잡아 아예 공짜표를 바라는 사람이 없다.

일본에서는 현장에 올 수 있는지 확인해 최종적으로 초대자 명단을 작성, 초대권을 발송해 사석(死席) 을 예방한다.

공연기획사 재팬아트의 경우 2천석 규모의 공연에서 4%(80장) 정도를 홍보용 초대권으로 제공하고 출연 성악가들에게는 1장의 초대권을 준다.

12일 막이 오르는 후지와라 오페라단의 '춘희' 공연을 주관하는 일본오페라진흥회 구사야나기(草柳) 는 "오페라 입장료는 꽤 비싸지만 공짜표를 요구한 곳은 없었다" 며 "그런 문제로 고민해본 적도 없다" 고 말했다.

미국 프로야구팀 뉴욕 메츠는 개막경기와 플레이오프 진출 등의 상징적인 이벤트에 한해 루돌프 줄리아니 뉴욕시장을 초청할 뿐이다.

시즌 티켓의 1%를 홍보용으로 설정해 놓고 있으나 정치인 접대용은 일절 없다.

기자들에게 주는 프레스 티켓도 취재가 아니라 가족을 동반하는 등 개인적으로 여가를 즐길 때는 편집국장이 서명한 협조공문을 발송해야만 제공한다. 하지만 이렇게 표를 구하는 기자는 거의 없다.

LA 다저스가 선수들에게 주는 게임당 8장의 초대권도 외야석 등 후미진 곳이 대부분이다.

정치인이나 유명인사가 운동경기.음악회 등을 관람하는 것은 자비 아니면 기업들이 접대 차원에서 티켓을 대량 구입해 초청하는 행사에 응하는 것이 고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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