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투고] 퇴직 후 30년 덤으로 사는 인생 아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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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창옥
㈜해솔문화다큐재단 이사장

“30년의 시간은 지금 내 나이 95세로 보면, 3분의 1에 해당하는 기나긴 시간입니다. 퇴직을 할 때 앞으로 30년을 더 살 수 있다고 생각했다면 난 정말 이렇게 살지 않았을 겁니다. 이제라도 하고 싶었던 어학공부를 시작하려 합니다. 105번째 생일날, 95세 때 왜 아무것도 시작하지 않았는지 후회하지 않기 위해서입니다.”

 ‘어느 95세 어른의 수기’ 글이다. 그는 젊었을 때 열심히 살아 실력을 인정받았고 존경도 받았으며 63세에 당당한 은퇴를 했다고 밝히고 있다. 그런 그가 후회하는 것은 퇴직 후 덧없고 희망이 없는 삶을 무려 30년이나 살았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은퇴자들이 같은 심정일 것이라 생각되기에 절실하게 마음에 와 닿는다. 그래서 필자는 이 수기를 읽고 10년간은 열심히 일하며 살기로 마음먹고 오래 전부터 꿈꿔왔던 회사를 설립했다.

 이윤 추구가 목적은 아니지만 주식회사로 사업자 등록도 했고 직원도 채용했다. 직원의 건강보험증에 회사 이름이 올라 있고 법인카드도 발급받고 보니 책임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막상 일을 시작하니 할 일이 많다. 그러나 하고 싶은 일, 보람 있는 일을 하면서 열심히 바쁘게 사는 것을 선택한 것만으로 행복하다.

 우리는 매일 새로운 결심을 하지만 대부분 작심삼일이나 용두사미로 흐지부지 되기 때문에 이루지 못한다고 말한다. 그렇다. 실행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지 않은가? 링컨 대통령은 죽은 자신을 땅에 묻고 돌아가는 누군가가 ‘아브라함 링컨은 가는 곳마다 잡초를 뽑고 꽃을 심다 떠난 사람이었다.’는 말을 듣는 게 소원이었다고 한다.

 우리도 아름다운 삶을 살고 아름다운 마무리, 명예로운 마무리를 준비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 내가 죽을 때 어떤 비문을 남길 것이며 어떤 평가를 받을 것인지 생각해 보는 것도 좋겠다. 자신의 묘비명을 미리 써 두고 그것을 바라보며 살자. 명예로운 새 출발을 다짐한다.

안창옥 ㈜해솔문화다큐재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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