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회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공격자의 심리-27과 37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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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5면

<결승 2국> ○·허영호 8단 ●·구리 9단

제3보(26∼37)=초반전은 봄과 같다. 대체로 나른하게 흘러간다. 그러나 이 판은 곧바로 승부처가 찾아왔다.

 26으로 밀었을 때 27의 젖힘은 당연해 보인다. 그러나 구리가 좀 더 멀리 내다봤다면 26은 A로 뻗어야 했다. 28부터 32까지는 흔히 쓰는 맥점이고 그 다음 34를 거쳐 36에 붙였을 때가 하이라이트다. 공격이란 매섭게 추궁할수록 빛이 난다. 구리도 그처럼 원론적인 ‘공격자의 심리’에 젖어 쉽게 37로 막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 수 역시 좀 더 멀리 내다봤다면 막지 말고 뻗어 두는 게 옳았다(27과 37은 둘 다 늦추는 게 옳았다. 그러나 그건 어디까지나 결과론일 뿐 공격자의 실전심리상 그런 마음자세를 갖는다는 건 매우 어렵다).

 ‘참고도1’ 흑1로 뻗는다면 백이 타개를 위해 동원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은 4의 코붙임이다. 흑이 강력 저항한다면 14까지 뚫고 나와 사는 모습이 된다. 그러나 흑은 ‘참고도2’ 흑2로 다시 한번 냉정하게 물러서는 게 좋다. 백은 3으로 연결하겠지만 백 대마는 아직 미생이고 흑은 하변과 우변 모두를 집으로 굳힌 채 서서히 공격을 엿볼 수 있다. 긴 바둑이고 흑이 나쁘지 않다. 하나 구리는 이날따라 수를 멀리 보지 않았고 그것이 결국 뼈저린 반격을 불렀다(33=28).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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