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염 측정 한 번 하고 … 네 번 했다고 거짓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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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환경오염 측정 대행업체인 경기도의 A사는 2008년 충남 당진군의 산업단지 개발사업 환경영향평가와 관련해 대기오염도 측정을 위탁받았다. 환경영향평가 보고서 작성을 맡은 B사가 대기오염도만 A사에 측정해 달라고 의뢰했기 때문이다. A사는 3개월에 한 번씩 현장에서 대기오염도를 측정해야 했지만 실제로는 측정도 하지 않은 채 가짜 데이터를 만들어 B사에 보냈다.


 올 5월 이 보고서를 검토하던 금강지방환경관리청은 A사가 측정했다는 데이터가 거짓이라는 사실을 발견했다. 2008년 8월과 2008년 12월 등 네 차례 오염도를 측정할 때마다 찍었다는 현장 사진이 모두 똑같았기 때문이다. 결국 이 업체는 영업정지 1개월의 행정처분과 함께 환경영향평가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됐다.

 지난해 12월 낙동강지방환경청은 대구의 환경영향평가 대행업체인 C사가 제출한 환경영향평가 보고서를 서로 비교하다가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이 업체가 보유한 미세먼지 측정장비는 두 대에 불과한데, 2009년 5월 15~18일에는 세 곳에서 동시에 미세먼지를 측정한 것으로 돼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C업체는 D골프장 조성사업과 관련된 현장조사에서 미세먼지를 측정하지도 않은 채 측정한 것처럼 데이터를 조작했음을 인정했다. C사는 영업정지 6개월과 함께 검찰에 고발됐다. 이처럼 환경영향평가를 대행하는 업체들이 법을 위반해 거짓 또는 부실하게 환경영향평가 보고서를 작성했다가 무더기로 적발됐다.

 환경부는 지난해 11∼12월과 올해 4∼6월 두 차례에 걸쳐 환경영향평가 대행업체와 측정 대행업체, 자연환경 조사업체를 대상으로 특별점검을 실시한 결과 관련 법령을 위반한 28곳을 적발했다고 11일 밝혔다.

 환경영향평가는 공장·댐·도로 건설 등 개발사업이 가져올 환경오염이나 생태계 훼손 가능성을 사전에 조사하고, 이를 바탕으로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기 위한 목적으로 시행되는 제도다. 국내에서는 1980년부터 시행하고 있다. 이를 위해 개발사업자는 환경영향평가 보고서를 직접 작성하거나 평가 대행업체에 의뢰해 보고서를 작성, 사업 인허가권을 가진 기관에 제출한다. 전국에는 현재 340여 개의 평가 대행업체가 있다.

 환경부는 이번에 적발된 업체에 대해 법 위반 정도에 따라 영업정지(4곳), 과태료(17곳), 경고(11곳) 등의 행정처분을 내렸다. 4년 동안 대행 실적이 없는 D사에 대해서는 등록을 취소했고 3개 업체는 행정처분과 함께 검찰에 고발했다.

 환경부 김동진 국토환경정책과장은 “소규모 개발사업의 경우에도 환경영향평가 보고서를 거짓으로 작성하면 처벌하는 내용의 환경영향평가법 개정안이 조만간 공포될 예정”이라 고 말했다.

 정회성(전 환경정책·평가연구원장) 한림대 초빙교수는 “환경영향평가가 제대로 이뤄지려면 평가 대행업체의 난립을 막아야 하고 개발업체가 스스로 환경영향평가를 하도록 유도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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