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노조 90%, 양대노총 선택 안 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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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복수노조가 허용된 지 열흘 동안 총 167개의 신규 노조가 설립 신고를 했다. 하지만 이 중 150개(90%)가 한국노총이나 민주노총에 속하지 않는 미가맹 노조로 신고했다. 기존에 양대 노총이 주도하던 노동계의 지각변동이 현실화하고 있는 것이다.

 고용노동부 김성호 노사법제과장은 11일 “1일 복수노조제도가 시행된 이후 167개의 신규 노조가 설립신고를 냈다”며 “첫날에는 76건이 몰렸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신고 건수가 줄고 있다”고 말했다. 신규 노조 신고는 둘째 날인 4일까지도 36건에 달했으나 5일 18건, 6일 14건, 7일 10건, 8일 13건 등으로 줄고 있다.

 신규 노조 설립 신고는 대부분 양대 노총이 장악한 사업장에서 나왔다. 설립 신고서를 낸 167개의 신규 노조 중 137개(82%)가 기존에 양대 노총 산하 노조가 있는 사업장에서 나왔다. 한국노총 노조가 있는 곳이 65개, 민주노총 노조가 있는 사업장이 64곳이다. 또 두 노총 산하 노조가 모두 있는 8곳에서도 새로운 노조를 만들겠다는 신고서를 냈다. 하지만 신규 노조 167개 중 90%에 달하는 150개는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을 상급단체로 선택하지 않았다. 고용부 관계자는 “정치 투쟁에서 현장 중심의 합리적 노동운동으로 변화할 조짐”이라며 “양대 노총이 주도했던 노사관계 지형이 변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제3노총 설립이 본격화되고 있어 노동계가 삼각분할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신규 노조는 300인 미만 사업장이 117개로 가장 많았다. 또 1000명 이상인 사업장은 21개였다. 하지만 삼성이나 현대차, 포스코 같은 대형 사업장에서는 복수노조 설립 신고가 없었다. 업종별로는 버스·택시 사업장이 94개로 가장 많았고 공공부문(20개), 제조(19개), 금융(7개) 등의 순이었다.

 전운배 고용노동부 노사협력정책관은 “복수노조 시행 초기여서 노·노 간, 노사 간 갈등 소지를 배제할 수 없지만 안정적으로 정착되고 있다”고 말했다.

장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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