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손 미국행 35년 … 630억원짜리 집에 사는 코리 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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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트웨어 개발로 아메리칸 드림을 이룬 유니콤 시스템스 코리 홍 대표가 ‘서부의 백악관’이라 불리는 픽페어 자택에서 자신의 성공 스토리를 전하고 있다. [LA중앙일보=김상진 기자]

올해로 창립 100주년을 맞은 미국의 대표적 기업 IBM은 이달 100주년 기념 잡지에 미주 한인동포인 코리 홍(한국명 홍성수·55) 유니콤 시스템스(Unicom Systems)사 대표의 기사를 비중 있게 실었다. 홍 대표는 AUTOMON/CICS라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했다. AUTOMON/CICS는 IBM의 컴퓨터 메인프레임에 일어날 수 있는 결점을 미리 보완하고 고치는 기능을 가진 인공지능 소프트웨어로 1988년 서울 올림픽에도 도입돼 사용됐다.

 소프트웨어 개발로 사업 기반을 다진 홍 대표는 현재 부동산 투자, 파이낸셜·기업서비스, 기업인수·합병(M&A) 등을 전문으로 하는 18개 회사를 소유하고 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를 거점으로 뉴욕과 영국·독일·프랑스·스페인·이탈리아·스위스 등 유럽 7개국으로 지사가 뻗어있다.

 아메리칸 드림을 품고 미국땅을 밟은 지 35년 만에 미 주류사회가 주목하는 사업가로 성공한 홍 대표를 최근 ‘서부의 백악관’이라 불리는 베벌리힐즈 픽페어(Pickfair) 자택에서 만났다.

 - 집의 규모가 상당하다. 어떤 집인가.

 “대지 면적은 1만926.5m²(3305평), 방은 22개다. 집을 전부 구경하려면 2시간 정도 걸린다. 무성영화시대 최고 스타였던 더글러스 페어뱅크스와 부인인 메리 픽포드가 살던 집이다. 이들이 살 때 윈스턴 처칠, 찰리 채플린 등 유명인사들이 드나들면서 ‘서부의 백악관’이라는 별칭을 얻었다. 집은 2005년에 구입했다. 거래를 하는 데만 1년2개월이 걸렸다. 집은 현재 6000만 달러(630억원)에 내놨다. 적당한 매물이 있으면 호텔과 트레이드할 생각이다.”

 - 재산은 얼마나 되나.

 “사실 재산이 얼마나 되는지, 회사 총매출이 어느 정도인지 계산하기 힘들다. 부동산만 따지면 픽페어를 포함해서 1억 달러 정도 된다. 사업은 소프트웨어 개발로 시작했고 현재는 부동산 투자, M&A도 한다.”

 - 미국에 오게 된 계기와 사업은 어떻게 시작했는지 궁금하다.

 “76년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미국에 왔다. 대학에서 컴퓨터를 전공했는데 별로 성에 안 찼다. 대학 2학년 때부터 소프트웨어를 팔러 다니기 시작했다. 문전박대도 당했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제품에 문제가 생기면 주말이건 새벽이건 고쳐줬다. 81년에 회사를 차렸다. 아직도 고객의 문제를 신속하고 성의있게 해결해 주는 것이 첫째다. 부지런한 거 한국사람이 제일 잘하는 것 아닌가.”

 - 성공의 비결은 무엇인가.

 “좋아하는 일을 열심히 하다보니 여기까지 왔다. 미국에 처음 왔을 때는 영어도 잘 못했다. 그렇지만 영어를 못해서, 한국사람이라서 할 수 없는 일이 있다는 생각은 한 적이 없다. 성공을 원한다면 자신이 좋아하는 일이 무엇인지 찾아 즐기길 바란다. 그러면 얼마든지 부와 성공을 이룰 수 있다. 돈을 좇지 말고 마음이 원하는 일을 좇아라. 그게 성공의 비결이다.”

 - 한국에서 사업을 해볼 생각도 있나.

 "기회가 된다면 하고싶다. 돈을 벌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 한국에 있는 인재와 기업들을 돕고 싶어서다. 한국에는 미국에서 성공할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진 인재와 기업들이 무궁무진하다. 미국 사회는 소수의 인물과 기업에 의해 돌아간다. 주류사회 핵심 네트워크에 파고드는 것이 중요한데 중간다리가 없이는 힘들다. 내가 이 역할을 하고 싶다.”

LA중앙일보=부소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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