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회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허영호, 18로 유격전 개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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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9면

<결승 2국> ○·허영호 8단 ●·구리 9단

제2보(16~25)=흑▲로 흑진이 더욱 깊어졌다. 이젠 늦출 수 없다. 침투를 서둘러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허영호 8단의 손은 16으로 향한다. 마치 도라도 통한 듯 침착하고 무념무상이다. 사실 흑의 입장에선 빨리 들어오는 것보다 이런 수가 훨씬 겁난다. 실리부터 챙긴 뒤 한 수 더 지키면 그때 비로소 쳐들어가겠다는 배짱이니 신경이 곤두서지 않을 수 없다.

 구리 9단도 감히 더 이상 화려함을 추구하지 못하고 가장 평범하게 17에 막아둔다. ‘참고도1’ 백1로 들어오면 9까지 넘어가는 수가 있다. 그걸 막은 17은 한 수 가치가 충분한 만큼 결코 문책을 당할 일은 없다(A의 천원 같은 데 두는 수는 화려하지만 자칫 공배로 전락할 수 있다).

 이제야말로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어딘가 들어가야 한다. 허영호는 18에 살그머니 붙여 응수를 묻는다. 구리는 거의 노타임으로 19에 뻗었다. 귀에 조그만 맛조차 남기지 않겠다는 최강의 수. 아마도 그는 흑▲까지 버티고 있는 이상 백은 살아가기 힘들다고 본 게 틀림없다. 그러나 이 수는 실수다.

 실전은 22로 틀을 잡자 23, 25로 근거를 박탈했는데 흑은 이 그림보다는 ‘참고도2’가 낫다. 흑7의 치중수가 몹시 준엄하여 백의 타개가 훨씬 어려웠던 것이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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