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의 금요일 새벽 4시] 미용실 vs 노란 고무줄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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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 마리코 일본 쇼와여대 총장을 인터뷰하기에 앞서 그의 책 『여성의 품격』을 읽었습니다. 일본에서 310만 권이나 팔렸다는 책입니다. 품격 있는 여성이 되기 위한 66가지 세부 지침이 담겨 있습니다. 그중 30%는 저도 알았는데 실천하지 못한 것들, 또 30%는 알지도 못했던 새로운 팁(tip), 나머지 30%는 알았더라도 실천하지 못했을 것들로 나뉘더군요. 과연 ‘품격의 여왕’은 실제로 어떨지 궁금했습니다. 언행일치하는지 말이지요. 반도 총장은 약속시간 20분 전에 도착해 정확히 시간 맞춰 온 저를 기다려 줬습니다. 오기 전에 미용실에 들러 머리를 매만지고 왔다고 합니다. 기자는 김밥 포장에 달려 온 노란색 고무줄로 머리를 묶었습니다.

 인터뷰 중엔 제 귀를 의심한 부분이 있었습니다. “남자를 거스르지 말라”는 대목이었습니다. 거듭 물어도 그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 이야기를 이어갔습니다. “남자와 싸울 힘이 있으면 그걸 여성이 해야 할 창조적인 일에 쏟아붓는 게 낫다”는 겁니다. 남성 중심의 일본 공무원 사회를 34년간 견디고, 또 그곳에서 업적을 이뤄 낸 여성 선배가 던진 키워드는 전략·효율·지혜·실리·강인함·따뜻함·상냥함·여성의 장점 등이었습니다. 그와 의견이 갈리는 부분도 있었지만 결론은 다르지 않다는 걸 인터뷰를 마치고 한참 뒤에 깨달았습니다. <박현영>

◆학생군사교육단(ROTC) 창설 50주년을 맞아 이동형 대한민국ROTC중앙회장을 인터뷰했습니다. 퇴역군인 단체들이 대개 그렇듯 당연히 이 단체 회장님도 예비역 장성일 것이라고 짐작했습니다. 그런데 이 회장은 중위로 제대하셨더라고요. 대부분의 ROTC 출신과 마찬가지로 28개월을 복무했습니다. 이런 이 회장이 ‘ROTC 장교 정신’을 어떻게 풀어낼지 궁금했습니다. 인터뷰를 앞두고 솔직히 걱정도 됐습니다.

 “리더는 팔로어(follower)여야 하지 않을까요. 궤도를 가끔 이탈하거나 뒤처지는 사람이 궤도로 돌아와서 함께 갈 수 있게 돕는 게 진정한 리더죠. 리더가 앞에서 달리기만 하면 안 되죠.”

 소대장 시절 이 회장은 탈영 전력 등 문제가 있는 사병들을 기꺼이 도맡았다고 합니다. 그들에게 술도 사 주고, 불침번도 빼줘 가며 속내를 내비치게 했다고 합니다. ‘관심 사병’을 미워할 만한 고참들과는 더욱 많이 얘기했다는군요. 군대라는 특수성이 있긴 하겠지만 역시 리더십의 기본은 설득과 소통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 회장을 인터뷰한 것은 해병대 총기 난사사건이 터지기 한참 전이었습니다. 이 회장식 리더십이 그래서 더욱 마음에 와 닿습니다. <성시윤>

j는 사람의 모습입니다
사람신문 ‘제이’ 57호
에디터 : 이훈범 취재 : 김준술·성시윤·김선하·박현영 기자
사진 : 박종근 차장 편집디자인 : 이세영·김호준 기자 , 최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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