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 함께] 구제역 덮친 마을 천석이네 소 왕코와 백석이는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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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바랑골 왕코와 백석이
장주식 글, 박영진 그림
상수리, 172쪽, 9800원

식육용 소를 기르는 천석이네 농장에서 일소 왕코와, 왕코가 낳은 송아지 백석이만은 가족처럼 특별대우를 받는다. 하지만 천석이네 모든 소는 ‘예방적 살처분’ 대상이 된다. 구제역이 발생한 안동의 농장에 들렀던 트럭이 천석이네 농장에 왔다는 이유에서다. 절규하던 할머니·할아버지도 막지 못하는 나랏일이다.

왕코와 백석이가 죽는 것만은 견딜 수 없었던 천석이는 살처분 전 극적으로 둘을 숨겨놓는다. 죽어가는 소는 발버둥치고, 독약을 주사하는 수의사 마저 괴로움에 토악질을 해댄다. 시체를 실어가는 트럭과 포크레인 소리까지, 농장은 밤새 지옥이다. 그러나 왕코와 백석이가 사라진 사실까지 숨기진 못한다. 두 놈이 돌아오지 않으면 ‘살처분 미완료’로 보상을 못 받게 된다. 왕코와 백석이는 무사할 수 있을까.

 똑 같은 소인데 왜 어떤 놈은 식용이고, 어떤 놈은 식구일까. 부위별로 나뉘어 사람 뱃속으로 들어가는 게 땅에 묻히는 것 보다 나은 일일까. 지은이는 생명에 대한 질문을 다각도로 던진다. 초등 고학년.

이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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