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분석] 2018 평창 동계올림픽 개최에 북 주민 반응 보니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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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조선이 또 올림픽을 하나요? 우리는 아직 먹는 문제도 해결하지 못해 기어가고 있는데, 남조선은 아예 달리기를 하고 있구만요.”

7일 2018 평창동계올림픽 개최가 확정된 후 대북매체 데일리NK는 양강도의 한 주민에게 이 사실을 알리자 주민은 이 같은 반응을 보였다. 그러면서 그는 “(다른 주민들이) 남조선 올림픽 소식을 듣게 되면 또 한번 국경을 넘는 사람들이 많이 나오겠다”고 말했다. 지구촌 최대 규모의 스포츠 축제인 올림픽을 두 차례나 개최하는 한국의 위상에 탈북 바람이 불 것이라는 예상이다.

◇“이제 우린 죽었다”=평창 동계올림픽 개최 사실이 알려지면 북한 주민은 악몽을 떠올릴 것이라고 일부 대북매체들은 전했다. 서울올림픽 개최 확정 후 북한에 불었던 노력동원운동 ‘200일 전투’ 기억 때문이다. 북한은 서울올림픽 개최에 맞서 사회주의 국가들의 축제격인 ‘제13차 세계청년학생축전’(1989년)을 평양에 유치했다.

고 황장엽 전 북한민주화위원회 위원장은 ‘회고록(시대정신刊)’을 통해 당시의 상황을 전했다.

“(김정일은) 서울에서 올림픽이 열리는 것에 자극받은 탓인지, 방대한 규모의 체육시설을 건설하는 데도 열을 올렸다. 그는 평양에서도 올림픽(제 13차 세계청년학생축전)을 연다고 떠들면서 많은 체육시설들을 착공했다.…광복거리, 통일거리를 건설하라고 인민들을 몰아붙였다.”

막무가내로 공사를 밀어붙인 탓에 적지 않은 주민이 다치거나 사망했고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각 가정에서 팔 만한 물건들은 모조리 거둬들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뿐 아니다. 당시 축전을 띄우기 위해 손해를 감수하고 대형 건물을 짓고 주민에겐 상당량의 선물을 제공했다. 그러나 축전이 끝난 뒤 1년여 만에 일부 도시에선 주민의 배급량이 급격히 줄었고 경제난의 악순환이 시작됐다.

◇올림픽은 ‘돈벌이’=1988년 서울올림픽 개최 당시 북한의 일부 군ㆍ당간부층과 해외 무역일꾼 등은 크게 동요했다고 한다. 남한의 위상이 체제 선전교육을 통해 들은 내용과 달랐기 때문이다. 이들 사이에선 “잘 사는 나라에서나 열리는 올림픽이 남한에서 열린다”는 소문이 퍼졌다. 한 탈북자는 “당시 소식을 듣고 남한이 ‘많이 발전한 나라구나. 경제적 뒷 배경이 든든한가 보다’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데일리NK에 따르면 북한 주민도 올림픽과 이를 개최하는 국가의 위상을 높이 산다. 특히 2008 베이징 하계올림픽 개최 때 이를 실감했다. 북한은 역대 최대 대표단(140여 명)을 보냈다. 위원회는 “최대 과제는 금메달을 따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7개의 메달로 33위에 그쳤지만 메달을 딸 때마다 관영통신은 이를 크게 보도했다.

주민 사이에선 메달을 딴 이들에게 ‘최고 인민영웅’ 호칭이 수여되는 것을 보고 “대단한 대회”라는 인식이 퍼졌다. 최근엔 한국 드라마ㆍ영화 CD를 통해 크게 발전한 남한 모습을 접했다. 동계올림픽을 개최하는 한국에 대한 동경심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이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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