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버랜드 나비특별전시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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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 에버랜드 특별전시관에는 지금 호랑나비. 남방노랑나비 수백마리가 날아다니고 있다.

빨라야 4월에나 모습을 나타내는 나비들이 웬일일까. 마술(?) 을 부린 사람은 에버랜드 임진택(40) 과장. 전국을 누비며 나비와 유충, 번데기를 채집해서 연구한 끝에 아무때나 나비를 키워낼 수 있도록 만들었다.

처음 임과장을 만났을 때, 앞머리가 벗겨져 꽤 나이가 들어보이는 사내가 웬 나비 머리핀을 꽂았나 했다. 잠시후 머리핀인줄 알았던 것은 날아가 버렸다.

"사향제비나비인데 사람을 좋아해요." 그러나 나비도 '아버지' 를 알아보는 듯, 다른 사람에게는 앉지 않았다.

원래 그의 전공은 나비가 아니다. 82년 처음 에버랜드에 들어왔을 때부터 10년 넘게 그는 주로 원숭이들을 돌봤다. "잔나비(원숭이) 도 나비라 인연이 있었나 봅니다."

90년대 중반 회사 동호회에 들어 야생조류를 관찰하러 다니다가 이것저것 곤충을 채집해 동물원 한켠에 모기장을 쳐놓고 그 안에서 길렀다.

그게 소문이 퍼져 에버랜드가 97년 곤충 담당자로 임명했다. 그해 반딧불을 키워서 98년 여름 '반딧불 축제' 를 열었고 지난해부터는 나비를 키우기 시작했다.

나비를 만드는 가장 중요한 조건은 온도와 빛을 적절히 맞추는 것. 그 때문에 임과장은 보일러에 이상이 생기면 즉시 핸드폰으로 연락하는 장치도 설치했다.

"새벽에 울리는 핸드폰 벨소리에 뛰쳐 일어나 나간 적도 몇 번 있었지요." 응급조치를 위해 아예 보일러 고치는 기술까지 익혔다. 그런 고생을 했기 때문인지 그는 나비를 꼭 사람대하듯 한다.

"요렇게 하면 나비가 이마에 앉는다" 고 시범을 보이다 미처 날개가 마르지 않은 나비가 이마에서 미끄러져 떨어지자 얼른 손으로 받치고는 "아이구, 미안해" 를 연발했다.

임과장의 다음 목표는 귀뚜라미 등 가을 곤충들을 키워내는 것. 동료직원은 이렇게 귀띔했다.
"저 양반 '파브르 아저씨' 로 불러야 할까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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