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자사주 신탁상품' 대목…상장사들 주가관리위해 가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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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상장기업들이 주가 관리를 위해 은행의 '자사주(自社株)신탁' 으로 앞다퉈 몰려들고 있다.

금융계에 따르면 지난 7일 현재 하나은행이 4천5백54억원의 수탁고를 기록한 것을 비롯, 외환(2천4백2억원).신한(2천1백16억원).국민(1천5백40억원)은행 등의 자사주 신탁에 1천억원 이상씩 자금이 유입된 것으로 나타났다.

하나은행 신탁부 장승철 과장은 "최근 거래소 상장 기업들의 주가가 곤두박질하면서 은행의 신탁을 통해 자사주 유통물량을 사들여달라고 요청하는 기업이 크게 늘었다" 면서 "주총에서 주가 하락 때문에 주주들에게 곤욕을 치를 것에 대비하기 위한 방어책" 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은행권에 자사주 신탁을 설정해 놓은 기업들로는 현대중공업.현대상선.고려산업개발 등 현대 계열사를 비롯, 쌍용정유.SK케미칼.코오롱상사 등 대기업 계열사들이 다수 포진해 있다.

기업이 주가를 떠받칠 수 있는 방법으로는 은행의 자사주 신탁 외에도 투신권의 자사주 펀드, 기업의 자사주 직접 매입이 있다.

그러나 ▶투신권의 자사주 펀드는 한 회사가 펀드 설정액 중 35%까지만 자사주를 사들일 수 있고▶회사가 자사주를 직접 매입하는 경우는 하루에 사들일 수 있는 물량.가격에 제한이 있으며 매입 후 6개월 이내엔 매도가 금지되는 등 한계가 많은 상황이다.

반면 은행의 자사주 신탁을 이용하면 펀드 설정액의 1백%까지 자사주를 사들일 수 있는데다 매입.매도에 아무런 제한이 없어 인기를 끌고 있다고 은행권 관계자들은 전했다.

외환은행 김성우 자금당당 이사는 "자사주 신탁은 은행으로서도 별다른 위험(리스크)없이 1% 안팎의 신탁 수수료를 챙길 수 있어 짭짤한 수익원이 되고 있다" 고 말했다.

신예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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