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기고팠던 엄마 나라 … 아름다웠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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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베트남 메콩강 부근 미토를 찾은 경북지역 ‘부모나라 문화 탐방단’ 어린이들이 여행 중 한 자리에 모여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경북도교육청 제공]


“비행기를 탈 때 가슴은 콩닥콩닥 뛰었어요. 비행기도 엄마 나라 방문도 처음이어서 궁금하고 설레었어요. 1500명이 넘는 베트남 국립초등학교를 찾았을 땐 깜짝 놀랐습니다. 베트남에도 어마어마하게 큰 학교가 있다는 걸 알았어요. 베트남 친구들도 친절하고…엄마 나라가 정말 자랑스러웠습니다.” 안동 풍서초등학교 4학년 안장현 군은 귀국 뒤 소감을 묻는 자리에서 베트남 이야기를 신나게 풀어 놓았다.

 경북도교육청이 다문화 가정 자녀의 자아 정체성 확립과 자존감을 높이기 위해 처음으로 ‘부모나라 문화 탐방’을 마련했다.

 경북 지역 다문화 가정 초등학생 95명은 지난달 27일 엄마 나라인 중국·필리핀·베트남 등 3개 나라를 찾아 자연과 문화유적지를 답사하고 또 초등학교도 방문해 수업에도 참여했다. 이들 대부분은 다문화 가정 중에서도 형편이 많이 어려운 집 자녀였다. 중국을 방문한 40명은 3박4일 일정이었고 필리핀(36명)·베트남(19명)은 3박5일이었다.

 이들은 초등학교를 방문하면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알리는 마스코트 살비 열쇠고리와 형광펜을 친구들에게 전달하며 홍보도 겸했다.

 중국 베이징 소학교를 찾은 영천 중앙초교 6학년 김민정 양은 “말이 통하지 않았지만 컴퓨터를 같이 하며 금방 친해져 헤어질 땐 눈물이 다 났다”며 “메일 주소를 서로 주고받아 연락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김 양은 이번 여행으로 장래 희망이 중국 친구들과 같이 할 수 있는 일이 됐다고 덧붙였다.

 엄마 나라에 대한 선입견이 바뀐 어린이도 있었다.

 안동 영호초교 5학년 김선미 양은 “엄마 나라 필리핀은 가난한 줄로만 알았는데 아름답기도 했다”며 “특히 웃어 주는 사람들이 좋았다”고 엄마 나라를 자랑했다.

 엄마 나라 탐방 뒤 설문조사를 한 결과 학생들은 대부분 문화유적 답사가 ‘좋았다’고 답했다. 특히 필리핀을 방문한 학생들은 상당수가 그 나라 사람들의 친절함에 큰 감동을 받았다는 반응을 보였다. 또 ‘다음에 다시 부모 나라를 방문할 것인가’에 대한 물음에 95명 중 93명이 ‘꼭 다시 한번 가고 싶다’고 응답했다.

 학생들은 방문 기간 하루 일정을 마치면 느낀 점을 글로 남겼다. 베트남 탐방단을 인솔한 경산 남산초교 이숙현 교감은 “처음에는 의기소침하던 어린이들이 차츰 낯선 엄마 나라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해 뿌듯했다”고 말했다.

 경북에는 모두 3001명의 다문화 가정 출신 초·중등 학생들이 있다.

 경북도교육청은 6월 1차 탐방에 이어 다음달 22일 2차 ‘부모나라 문화 탐방’을 준비하고 있다. 2차 탐방은 중국·베트남·필리핀에 태국을 추가했다. 선발 대상은 중학교·고등학교 학생으로 1차보다 크게 늘어난 127명으로 정했다. 도교육청은 1·2차 탐방에 1인당 평균 100만원 등 모두 3억원 정도의 예산을 투입했다.

 도교육청 김장미 장학사는 “첫 탐방 뒤 해당 학생은 물론 부모들의 반응이 뜨거웠다”며 “대상을 확대하는 것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송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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