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방 좌장’ 장쩌민 공백 … 시진핑 후계 도전 받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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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장쩌민(江澤民·강택민·85) 전 중국 국가주석이 위독한 것으로 파악됨에 따라 중국 정계에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중국 정치권에서 그가 구축해온 막강한 영향력과 위상 때문이다. 상하이(上海)시 당서기로 재임 중이던 1989년 총서기로 전격 발탁된 뒤 2002년 말까지 장 전 주석은 집권 중국공산당에서 최대 계파인 상하이방(上海幇)의 좌장 역할을 해왔다.

 장 전 주석은 후진타오(胡錦濤·호금도) 국가주석에게 권력을 넘겨줬다. 그러나 그는 은퇴하더라도 막후에서 현직에 있을 때 못지않은 영향력을 행사하는 중국의 전통에 따라 최근까지도 후 주석을 능가하는 영향력을 행사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 장 전 주석의 존재감이 갑자기 사라진다는 것은 권력 구도에 상당한 지각변동을 몰고 올 수 있다는 의미가 될 수 있다. 무엇보다 내년 말로 다가온 18차 당 대회를 앞두고 계파 간 권력 투쟁이 벌어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5년마다 한 번씩 열리는 당 대회에서는 정치국 상무위원, 정치국원, 당 중앙위원회 위원과 후보위원을 뽑는다. 공산당이 정부를 영도하는 중국에서 공산당의 최고 권력 조직인 정치국 상무위원 자리(정원 9명)를 누가 차지하느냐에 따라 중국의 권력 향배가 결정된다.

장쩌민 전 중국 국가주석이 입원한 곳으로 알려진 상하이 화둥의원. 장 전 주석의 사망설이 나온 6일 이 병원에서는 수십 명의 경비원들이 무전기를 들고 병원 곳곳을 삼엄하게 지키고 있었다. [연합뉴스]

 당 정치국 상무위원 중 시진핑(習近平·습근평) 부주석(서열 6위)과 리커창(李克强·이극강) 국무원 상무부총리(서열 7위)를 뺀 나머지 7명은 모두 연령제한(만 68세)으로 퇴진할 예정이다. 정치국 상무위원 9명을 포함한 전체 25명의 정치국원 중에서도 14명이 연령제한에 걸려 있다.

 공산당 내부에서는 장 전 주석이 좌장인 상하이방, 후 주석을 중심으로 한 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이 양대 파벌을 구축해 경쟁과 갈등을 해왔다. 장파이(江派)와 후파이(胡派)의 각축전이었다. 이런 가운데 후 주석은 내년 말에 총서기 자리에서 물러날 예정이다. 그동안 차기 대권은 상하이방의 지원을 등에 업은 시진핑 부주석이 가장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다는 것이 대체적인 관측이었다. 그는 2007년 말에 열린 17차 당 대회에서 후 주석이 후원한 공청단 계열의 리커창 부총리에게 역전승을 거뒀다. 장 전 주석을 필두로 쩡칭훙(曾慶紅·증경홍) 전 국가 부주석 등 상하이방의 대대적 후원이 작용한 결과란 분석이 돌았었다.

 시 부주석은 공청단 세력의 견제를 극복하고 지난해 10월 열린 17기 당 중앙위원회 5차 전체회의에서는 군사위원회 부주석직도 챙겼다. 차기로 가는 핵심 요직인 국가부주석과 군사위 부주석 자리를 거머쥠에 따라 시 부주석은 차기 대권의 9부 능선을 넘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런 상황에서 강력한 막후 후원자였던 장 전 주석의 공백이 생길 경우 공청단 측에서 막판 뒤집기를 시도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울 것으로 관측된다. 문제는 장 전 주석의 유고 시점이다. 올여름 베이다이허(北戴河)에서 휴가를 겸해 열리는 정치국 확대회의, 그리고 가을에 열리는 17기 6차 중앙위원회 전체회의 이전에 장 전 주석이 숨진다면 상하이방과 시 부주석은 상당한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계파 간의 타협과 절충을 중시하고 최근 들어 당내 민주화를 강조해온 중국공산당이 장 전 주석의 갑작스러운 부재 상황에서도 대타협을 통해 서로가 피해를 볼 수 있는 극단적인 권력 투쟁을 피해갈 것이란 관측도 있다.

베이징=장세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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