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회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허영호, 쓰라린 신고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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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5면

<결승 1국> ○·구리 9단 ●·허영호 8단

제14보(149∼172)=결론부터 말하면 이 판은 무려 272수까지 진행돼 백이 2집 반을 이겼다. 종반 끝내기에 강한 허영호 8단은 승부가 확연히 기울어진 이후에도 100여 수 동안 처절한 추격전을 전개했다. 생애 처음 맞이한 세계대회 결승전이었기에 그는 결코 던질 수 없었다. 화려한 스포트라이트 속에서 구리 9단 같은 강자들과 우승컵을 놓고 싸워 보는 게 오랜 꿈이었기에 조금 졌다고 해서 던질 수는 없었다. 프로들은 누구나 안다. 좁힐 수 없는 차이를 좁히고자 고심하는 종반전보다 더 큰 지옥은 없다. 반집 또는 4분의 1집의 솜털 같은 차이를 계산하며 머리를 쥐어짜다 보면 중반에 날린 뭉텅이 집들이 머리를 어지럽히고 후회가 물밀듯이 밀려온다. 그걸 딛고 허영호는 사력을 다했다. 불굴의 정신으로 2국을 맞이하기 위해서였다.

 유일한 희망이던 하변 두 점엔 아무 수도 없었다. ‘참고도 1’ 흑1로 끊어 5로 패를 만드는 수가 있음 직한데 박영훈 9단은 ‘참고도 2’를 보여 주며 안 된다고 한다. ‘참고도 2’는 다시 보니 참 쉬운 수순이다.

 우상 귀에 168이란 맥점이 존재한다는 것도 추격하는 흑엔 쓰라린 일이었다. 결국 272 수까지 두어 계가하니 흑이 반면 4집 승. 덤을 제하고 2집 반 패. 172수 이하는 줄인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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