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여성인사 성추문은 왜 뜸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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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성(性)추문의 주인공은 대개 남자들이다. 유명 여성 인사의 섹스 스캔들은 상대적으로 적다. 여자들은 태생적으로 ‘바람기’가 없는 걸까.

 최소한 과학적으로 보면 그렇지 않다. 미국 에머리대 신경과학과 래리 영 교수와 ‘섹스와 사랑, 뇌’를 주제로 책을 쓰고 있는 MSNBC 칼럼니스트 브라이언 알렉산더는 “(인간을 포함한) 대부분의 동물은 (남녀를 불문하고) 힘이 센 개체일수록 테스토스테론 분비량이 많다 ”고 주장한다. 테스토스테론은 대표적인 남성호르몬이다. 많이 분비될수록 성욕이 커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권력과 불륜의 상관 관계를 연구한 네덜란드 틸뷔르흐대 조리스 램머스 교수의 결론도 마찬가지다. 권력을 가진 사람일수록 바람기가 강한데, 이는 남녀 차이 없이 공통된 특성이라는 것이다. 그는 그럼에도 유명 여성 인사의 스캔들이 적은 이유에 대해 “(아직) 힘있는 여성 숫자가 남자보다 적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미 상원의원 100명 가운데 여성은 17명이다. 미 경제전문지 포춘 선정 1000대 회사의 최고경영자(CEO) 중에서도 여성은 25명뿐이다.

 이 같은 이유로 여성의 정치·사회·경제적 지위가 올라갈수록 ‘억눌려 온’ 바람기가 서서히 드러날 것이란 주장도 있다. 미 워싱턴대 연구팀이 2008년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조사 대상 60세 이상 여성 가운데 외도 경험 비율은 1991년 5%에서 2006년 15%로 10%포인트 늘었다. 60세 이상 남성의 외도는 같은 기간 20%에서 28%로 8%포인트 증가했다. 35세 이하 젊은 층의 경우 남자는 91년 15%에서 2006년 20%로, 여자는 12%에서 15%로 외도 비율이 늘었다.

 여성의 경우 남성보다 외도 사실을 숨기는 경향이 커 현황 파악이 더 어렵다는 주장도 있다. 2007년 미 콜로라도·텍사스A&M대 공동연구팀이 기혼 여성 4884명을 대상으로 외도 여부를 조사한 결과, 일대일 면접조사 땐 1%가 외도 사실을 인정한 반면 컴퓨터 설문조사 땐 6% 이상이 불륜 사실을 고백했다.

김한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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