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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남자의 액세서리 ② 만년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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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한 남자의 액세서리로 으레 떠올리는 것이 바로 만년필이다. 쫙 빼 입은 정장재킷의 윗 주머니에서 날렵해 보이는 만년필을 꺼내 사인을 하는 남자의 모습, 바로 성공한 남자의 전형이다. 성공의 파트너로 인식되는 만년필, 고르는 법에 관해 알아봤다.

내게 맞는 만년필 찾기

 볼펜은 손에 힘을 줘 글씨를 눌러 쓰지만, 만년필은 손에 힘을 빼는 습관을 들여 써야 한다. 힘이 들어가면 만년필의 펜촉이 빨리 마모되고 잉크가 나오는 홈(피드) 부분이 손의 압력에 의해 벌어져 잉크가 과도하게 나올 수 있다. 때문에 만년필은 필기보다 서명용으로 자주 쓰인다.

 만년필은 볼펜에 비하면 사용하는 법이 번거롭다. 잉크를 직접 주입하고, 주기적으로 잉크가 지나는 관이 막히지 않도록 세척도 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자들이 만년필을 고집하는 이유는 쓰는 사람의 필체와 품격이 고스란히 묻어나기 때문이다.

 만년필을 고를 때 고려해야 하는 점은 펜촉의 소재, 필기감, 펜을 손에 쥐었을 때의 느낌(그립감) 등이 있다.

 먼저 내게 맞는 펜촉을 선택한다. 펜촉(닙·NIB)은 굵기에 따라 EF촉(극세촉), F(세촉), M(중촉), B(태촉)로 나뉜다. 왼손잡이를 위한 촉이 따로 있기도 하다. 유럽에서는 F촉을 기본으로 쓰고 굵은 것을 선호할 때는 M, B촉을 사용하지만 세필을 선호하는 한국인은 주로 EF촉, F촉을 많이 쓴다. 필기에 쓰려면 EF촉을, 서명에 쓸 펜이라면 F나 M촉을 고르면 된다.

 그 다음은 펜촉의 소재다. 펜촉은 소재에 따라 경도가 다르고 이에 따라 필기 느낌과 마모도가 차이 난다. 일반적으로는 스틸촉은 단단한 경성촉으로, 금촉은 연성촉으로 분류한다. 그러나 같은 소재와 경도라고 해서 필기할 때의 느낌이 꼭 같은 것은 아니다. 써보았을 때 약간 사각거리는 느낌이 나는 것과 부드럽게 미끄러지는 것으로 나뉘는데 자신의 취향에 따라 고르면 된다. 자신에게 맞는 좋은 느낌의 펜촉을 선택하는 과정도 만년필을 고르는 즐거움 중 하나다.

 잡았을 때의 느낌도 중요하다. 그립감을 위해서는 먼저 그립존을 잘 살펴야 한다. 그립존은 펜을 손에 쥐었을 때 엄지와 검지, 중지가 닫는 부분을 말한다. 자신의 손 크기와 손가락 굵기 등을 고려해 잡았을 때 편안한 것으로 선택하면 된다. 그립존이 편해야 장시간 필기에도 손의 피로가 덜하다.
 
만년필 오래 쓰는 생활습관

 만년필은 사용할수록 펜촉이 마모하며 자신의 필기 각도에 맞게 길들여진다. 그러기 위해선 매일 갖고 다니며 사용하는 것이 유리하다. 수집도 좋지만 마음에 드는 하나를 계속 사용하는 것이 나만의 펜을 가질 수 있는 방법이다.

 만년필을 오래 쓰고 싶다면, 펜을 잡는 방법도 알아두자. 펜을 쥐었을 때 손에 힘이 많이 들어가면 펜촉이 망가지기 쉽다. 손가락과 손, 어깨의 힘을 빼고 사용하되, 자꾸 손에 힘이 들어간다면 가운데 퉁퉁한 부분(배럴)보다 뒤쪽을 잡고 써보자. 자연스럽게 힘이 빠진다.

 새 만년필을 처음 쓸 때 잉크가 잘 나오지않는 경우도 있다. 이때는 펜촉을 아래로 향하게 한 후 5~10분 정도 세워 두면 된다. 사용하는 중간에 잉크가 잘 나오지 않는다면 펜을 아래위로 흔들어주거나 양 손바닥 사이에 펜을 두고 비비면 다시 잘 나온다. 만일 만년필을 1주일 이상 사용하지 않는다면 잉크를 제거하고 깨끗이 세척해 보관한다. 사용 중인 만년필은 필기를 하지 않을 때 펜촉이 위를 향하도록 보관한다. 눕혀서 보관하면 공기 잉크가 누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펜을 사용한 후에는 캡을 바로 닫는 습관을 들인다. 캡은 펜촉을 보호하는 것 외에도 잉크의 건조를 막는다. 또한 캡을 필기구 뒤쪽에 꽂아 쓰는 것은 잘못된 습관이다. 캡을 펜 뒤에 꽂으면 배럴 등에 흠이 생기거나 캡을 돌려서 여닫는 홈을 마모시킬 수 있다. 만년필 사용 시 캡은 따로 세워두는 것이 좋다.

 만년필 세척은 한 달에 한 번 정도가 적당하다. 하지만 필기할 때 불편함이 있다면 세척해도 좋다. 미지근한 물을 사용해 맑은 물이 나올 때까지 컨버터(잉크를 빨아올리는 장치)를 닦고, 부드러운 천이나 티슈로 물기를 제거한 후 통풍이 잘되는 곳에서 건조한다. 이때 세제나 약품을 사용하지 않는다. 오랫동안 쓰지 않은 펜이라면 하루 정도 물에 담가놓았다가 세척하면 편하다.

[사진설명] 1.랜드스케이프의 ‘마스터피스’ 만년필. 12가지 월별 탄생석을 펜의 헤드와 클립에 장식했다.2.그라폰 파버 카스텔의 문장이 새겨진 펜촉.

<이세라 기자 slwitch@joongang.co.kr 사진="그라폰" 파버 카스텔·m&s파트너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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