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규
치고 달리고 해결사 능력까지 보여줬다. KIA의 이용규(26)가 프로야구 최고의 톱타자다운 위력을 뽐냈다.
이용규는 3일 광주구장에서 열린 한화와의 홈 경기에서 5타수 3안타·2타점·1도루를 올리며 팀의 5-1 승리를 이끌었다. 2위 KIA는 선두 삼성에 1경기 차로 따라붙었다.
이날 경기의 하이라이트는 1-1로 맞선 7회 말 이용규가 한화의 바뀐 왼손 투수 유창식과 벌인 승부였다. 이용규는 3구 만에 볼카운트 2-1로 몰렸다. 그러나 맞히기의 달인답게 이후 4개의 공을 잇따라 커트해 파울로 만들었다. 시속 145㎞의 직구도 123㎞의 체인지업도 이용규의 방망이를 피해가지 못했다. 볼카운트를 2-3까지 끌고 간 이용규는 10구째 바깥쪽 132㎞ 슬라이더를 툭 밀어 쳐 중견수 앞에 떨어뜨렸다. 관중석에선 탄성이 터져나왔다. 한화 더그아웃에선 한숨이 새어 나왔다.
투지 넘치는 플레이는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바뀐 투수 신주영이 김선빈에게 초구를 던질 때 2루를 훔친 이용규는 김선빈의 희생 번트로 3루까지 갔다. 이어 이범호의 우익수 플라이 때 한화 포수 신경현이 우익수 가르시아의 송구를 빠뜨리는 사이 홈을 밟았다. 발로 만들어낸 역전 결승 득점이었다. 이용규는 3-1로 앞선 8회 말 2사 1·3루에선 가르시아의 키를 넘기는 2타점 2루타로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전날 경기에서 5타수 무안타로 주춤했던 이용규는 다시 안타 생산에 속도를 붙이며 시즌 타율을 0.384로 끌어올렸다. 타율 전체 1위다. 이 부문 2위인 이병규(LG)의 0.367과 제법 차이가 난다. 지난 한 달간 0.404로 잘 쳤던 이용규는 7월 들어 3경기에서도 0.462의 고타율을 기록하고 있다. 이런 추세라면 1982년 백인천(당시 MBC) 이후 29년 만의 4할 타율에도 도전해볼 만하다. 조범현 KIA 감독은 이용규의 타격에 대해 “확실히 경지에 올랐다. 4할을 못 칠 것도 없다”고 했다. 올 시즌 출전한 55경기 중 2경기를 빼곤 안타와 볼넷 등으로 모두 출루에 성공했을 정도로 이용규의 타격감과 선구안은 최고조에 올라 있다.
이용규는 “경기 전 히라노 타격 코치가 타격 시 어깨가 닫혀 있다고 조언해준 게 도움이 됐다. 유창식과의 대결 땐 노렸던 슬라이더가 들어와 좋은 타구를 날렸다”며 “1번 타자인 만큼 타율보다는 출루율에 더욱 신경 쓰겠다”고 말했다.
한편 LG-두산(잠실), 넥센-SK(목동), 삼성-롯데(대구)의 경기는 비 때문에 열리지 못했다.
광주=김우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