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뮤니티가 없다!

중앙일보

입력

얼마 전 ''나는 아직도 인터넷이 낯설다''라는 제목으로 책이 나와 화제가 된 적이 있었다. 나는 이 책 제목이 인터넷에 대한 보통 사람들의 입장을 대변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신문방송에서 코스닥이며 벤처기업 이야기를 하고, 황금시간 대의 텔레비전 광고를 인터넷 회사들이 장악하고 있다 하더라도 우리 주변엔 아직 인터넷을 낯설어 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이 현실이다.

인터넷으로 성공한 사람들 얘기 아니면 떼돈을 벌었다는 얘기가 아니면 뉴스가 안 되는 요즘, 아직도 인터넷이 낯선 수많은 사람들이 바라보는 인터넷은 어떤 모양일까? 자신이 가진 정보를 나누어주고 남이 제공한 정보를 얻고 교류한다는 개념보다는 짧은 기간에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가 막힌 가상세계로만 이해되고 있는 것이 아닌지.

"인터넷이 세상을 바꾼다"는 말이 다름 아닌 그러한 ''나눔의 네트워크''를 근거로 하고 있다는 것만 이해하고 있다면 더 이상 인터넷을 낯설다고 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내가 와우북을 시작하기 전에는 나 역시 인터넷이 낯설었고, 게다가 막연한 느낌으론 무척이나 차갑고 기계적인 인상을 지울 수 없었다.

인터넷과 함께, 나의 고객들과 함께한 얼마 되지 않은 시간 속에서 나는 돈보다 더 귀중한 인터넷의 참모습을 수시로 만나곤 한다. 인터넷에서 책을 팔기 이전부터 나는 작은 전문서점을 운영했는데, 드나드는 고객들과 나누는 대화라야 책에 대한 안내나 "얼마 받았습니다. 거스름돈은 얼맙니다." 정도가 고작이었다.

하지만 지금의 사정은 매우 다르다. 인터넷이라는 공간이 오히려 상점의 주인과 고객의 관계를 밀착시킨 경우라고나 할까? 메일이나 게시판을 통해 나누는 대화는 때때로 감동적이기도 하고 그들의 이름, 사는 곳, 어떤 일에 종사하는지 그리고 심지어는 IMF로 실직한 사정까지도 알게 되는 친근함을 느낄 수 있었다.

얼마 전에 나는 지하철역에서 우리 회사에서 선물로 보내준 옷을 입고 있는 한 고객을 만났다. 나는 너무나 반가워서 인사하며 나를 소개했다. 시간이 괜찮으면 차나 한 잔 하자고 할 정도였지만, 서로의 약속 때문에 아쉬움을 남긴 채 몇 마디 더 주고받다 헤어졌는데 그로부터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아서 게시판에 그의 글이 올랐다.

쇼핑몰이 자유게시판을 열어 둔다는 것은 네티즌들의 너무나 자유스런 비판까지도 수용한다는 의지의 표현일 수 있지만 때론 감당하기엔 너무 버거운 경우도 많았다. 그중 부산의 한 고객이 게시판에 우리의 잘못을 도배하다시피 하면서 비판적인 글들로 열성적인 글발을 세운 적이 있었다. 무척 당황했지만 끝까지 최선을 다해서 답변했고 끝내 우린 서로가 너무나 통하고 있었다는 사실(아~하, 이것이 바로 커뮤니티야!)을 알게 되었다. 결국 그는 다니던 대학원마저 정리하고 지금은 우리회사의 PR을 담당하게까지 되었다.

지금도 나는 매일 아침 출근하면 한 잔의 커피로 조마조마한 마음을 누르면서 메일과 게시판을 점검한다. 오늘은 어떤 분이 내게 돌을 던질까? 그러나 솔직하게 말하면 난 게시판에 올라 온 글들을 보는 일이 즐겁기만 하다.

일부 웹사이트들이 운영자 없이 방만 만들어 놓으면, 도랑 치고 가재 잡는 식으로 참여자의 힘만으로 묻고 답해 주면서 커뮤니티를 만들어 가는 것을 보면서 난 느낀다. 커뮤니티가 없이는 인터넷의 미래가 없음을.

상업적이건 아니건 상관치 말고 인터넷이라면 쌍방향의 문을 열어야 한다. 전자상거래를 하는 사이트도 예외 없이 고객의 소리를 경청하는 자세를 보여 주자. 대규모의 경품, 싼 가격, 고만고만한 배송체계 등으로 할 일을 다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상거래 사이트들까지도 커뮤니티로 꿈을 실어 나르고 다른 사람들끼리 만나고 비판과 격려가 서로 조화를 이룰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든다면 우리 나라의 사이트들은 서양의 사이트들보다 더욱 따뜻한 곳이 될 것이다.

이렇게 말하는 나부터라도 네티즌에게 나누어 줄 수 있는 좋은 정보와 좋은 꿈을 준비해야지! 나눔과 희망의 네트워크를 위하여.

글 : 황인석 와우북(www.wowbook.com)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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