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 최초 중기 전담조직 만든 ‘동반성장’의 원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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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력은 지난 11~23일 남미의 칠레·브라질·파라과이를 돌며 수출촉진회를 열었다. 이 행사에는 송배전·발전·원자력 분야 중소기업 20개사가 참여해 현 장에서만 432만 달러 규모의 기자재 수출 계약을 했다. 사진은 16일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관련 행사로 열린 기술세미나 모습. [한국전력공사 제공]

한국전력의 심장부인 서울 삼성동 본사 1층 로비에는 34개 우수 중소기업의 전력 기자재를 전시한 홍보관이 있다. 지난해 개관한 이래 한전을 찾는 유력 인사들이 꼭 찾는 명소가 됐다. 이곳에선 해외 바이어들을 대상으로 수출설명회도 연다. 이 홍보관은 이 회사가 추구하는 동반성장의 방향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바로 협력업체들의 수출 경쟁력을 높여 ‘글로벌 강소기업’으로 키워나가겠다는 것이다. 일회성 지원에 그치는 게 아니라 말 그대로 ‘함께 성장해 나가자’는 전략이다.

협력업체들과 함께 해외에서 ‘수출 촉진회’를 여는 것도 이런 전략 아래 이뤄지는 사업이다. 지난해에는 112개 중소기업과 12개국에 나갔다. 이 로드쇼에선 현지 전력회사와 기술세미나를 열고, 제품전시와 수출상담을 벌여 1914만 달러의 수출 계약을 체결하는 성과를 거뒀다. 올해는 목표를 더 올려 잡았다. 16개국에서 2500만 달러의 계약을 이루겠다는 것이다.

우수 중소기업의 연구개발(R&D) 과제를 해외로 수출하는 ‘협력형 R&D 사업’에도 힘을 쏟고 있다. 한전은 지금껏 534건의 협력 R&D 사업에 964억원을 투입했다. 이를 통해 지식재산권 228건, 국가신기술 19건을 중소기업들과 함께 얻었다. ‘연구개발(R&D)→우수과제 해외 수출→수출 주도형 중소기업 육성’의 선순환 체계가 구축된 것이다. 이는 협력업체뿐 아니라 한전의 수익성 제고에도 상당한 보탬이 되고 있다. 2009년에는 16개 협력 R&D 과제를 발굴해 모두 2362억원의 매출 증대 효과를 거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한전의 동반성장 역사는 넓고 깊다. 동반성장이란 말이 아직 낯설던 1993년 공기업 최초로 중소기업 전담조직을 만들었다. 이를 기반으로 중소기업 창업과 자금지원, 기술개발, 해외시장 개척까지 기업의 성장 단계별로 지원제도를 만들어놓고 있다. 한전의 이런 노력은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정부 평가에서 최근 3년 연속 최우수 기업으로 선정되는 결과로 이어졌다.

시대 변화에 맞춰 시스템의 효율성을 높이는 작업도 이어지고 있다. 이를 위해 기술지원팀과 수출지원 태스크포스(TF)팀을 합쳐 기업수출지원팀으로 확대 개편했다. 또 20명의 전문인력으로 ‘전력기술지원 지원반’을 구성, 중소기업이 요청하면 신속히 전문가를 파견해 기술 지원을 하고 있다. 올 5월에는 전국경제인연합회와 ‘패키지형 경영컨설팅 지원사업’을 위한 양해각서(MOU)도 체결했다. 이를 바탕으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한 비즈니스 멘토링, 경영닥터제, 혁신스쿨 등 맞춤형 경영자문을 할 계획이다.

한전은 올 3월에는 전력 관련 기술 시험에 필요한 23가지 설비를 국가공인 시험기관인 한국전기연구원(KERI)에 무상 출연하기도 했다. 2000년 269억원을 투입해 마련한 설비로 해마다 150개 이상 기업이 500개 이상의 전력기기 성능평가를 하는 데 쓰이고 있다. 한전의 무상출연으로 중소기업들은 시험료 부담을 상당히 덜게 됐고, 기자재의 가격 경쟁력도 높일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조민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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