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7·4 전당대회 “○○○ 찍어라” 계파 오더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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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터에선 개혁 외치지만 … 7월 4일 한나라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26일 당 사무처 직원들이 서울 여의도 당사에 대표 경선 후보들의 포스터를 붙이고 있다. [오종택 기자]


한나라당 대표 경선에 출마한 홍준표 후보는 26일 “특정 계파(친이명박계)가 권력기관을 동원해 특정 후보 지지를 강요하는 공작정치를 한다”고 주장했다. 원희룡 후보를 겨냥한 공격이었다. 그러자 원 후보도 즉각 반격에 나섰다. 그는 “근거 없는 마타도어(흑색선전)로 구태정치를 벌인다”고 했다. 휴일인 이날 4명의 주자가 기자회견을 열고 친이계의 경선 개입 여부를 둘러싼 공방전을 벌였다. 4·27 재·보선에서 패배한 한나라당에서 계파 중심의 사고가 여전히 지배하고 있는 건 사실이다. 친이계가 조직적으로 움직이며 당권을 다시 잡겠다는 의지를 보임에 따라 친박근혜계도 결속하고 있다.

 지난해 7월 전당대회 이후 친이계와 거리를 둬 온 홍준표 후보는 이날 “특정 계파가 국회의원과 당협위원장들에게 사람을 보내 특정 후보 지지를 강요하고 청와대와 권력기관이 지지를 유도하는 식의 공작정치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친이계가) 허수아비 대표를 세워 뒤에서 수렴청정으로 19대 공천도 전횡하겠다는 뜻”이라고도 했다.

 남경필 후보도 기자회견에서 “과거 개혁의 아이콘이던 원희룡 후보가 친이계 계파 대리인들의 등에 올라타고 있어 실망스럽다”고 했다.

 그러자 원 후보도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는 “홍 후보가 배후공작설을 흘려 편을 가른 후 반사이익을 보려는 구태정치를 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회의원·당협위원장을 방으로 불러 ‘국회의원 안 할 거냐’라며 협박한 후보가 도대체 누구인가. 홍 후보는 자신이 불리하면 ‘대통령 탈당하라’ ‘후보 교체하자’라고도 할 좌충우돌에 홍두깨 같은 예측 불가능한 리더십을 보이고 있는 만큼 당 대표가 되면 불상사가 생길 것”이라고 공격했다.

 나경원 후보는 “대세론을 앞세운 줄서기나 특정 계파의 줄 세우기는 총선 공천 때문에 벌어지는 문제”라며 “모든 후보가 ‘완전국민경선제’(오픈프라이머리)를 수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친박계의 유승민 후보는 "직전 지도부에서 최고위원(홍준표), 사무총장(원희룡)을 하신 두 분이 반성하기는커녕 공천 협박의 구태정치를 했다고 싸우는 이전투구에 민심이 한나라당을 더 떠나게 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이날의 공방전은 구주류인 친이계가 “원내대표 경선처럼 분열하면 패배한다”며 원 후보를 중심으로 결집하는 움직임을 보인 데서 비롯됐다. 친이계에 속한 초선 의원은 “당 대표까지 내주면 공천 때 친이계가 물갈이를 당할 것이라는 위기감 때문에 우리가 뭉치고 있는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에 친박계와 중도·쇄신그룹도 대응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선거인단 1인이 2표를 행사하는 경선에서 유승민 후보 외에 어떤 후보를 밀지 의논하는 친박계 의원도 많아졌다. 친박계 구상찬 의원은 “친이계가 결집할수록 반대 진영의 단결을 부른다”며 “ 손해를 보는 쪽은 오히려 친이계일 것”이라고 말했다.

글=정효식 기자
사진=오종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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