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사, 기내 난동 급증에 `골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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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 안에서 승무원이나 승객을 폭행하거나 소란을 피우는 기내 난동이 급증하고 있어 항공사들이 골치를 앓고 있다.

항공사들은 기내난동의 주원인을 과다한 음주로 파악하고 있으나 서비스 차원에서 술 제공을 중단할 수도 없는 입장이어서 전전긍긍하고 있다.

24일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에 따르면 지난해 두 국적항공사의 국제.국내선항공기에서 발생한 기내난동은 대한항공 48건, 아시아나항공 15건 등 총 63건으로집계됐다.

국적기 기내난동은 지난 96년과 97년에는 18건과 22건이 각각 발생했으나 지난98년에 46건으로 급증했으며 지난해에도 전년 대비 37.0%가 증가했다.

이는 올해도 끊이지 않아 지난 15일에는 미국 뉴욕발 서울행 대한항공기에서 20대 승객이 약혼녀와 언쟁을 벌이다 자해를 시도하는 소동을 벌여 항공기가 중간에 미국 앵커리지에 착륙하는 사건이 벌어졌었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자사 비행기에서 발생한 기내난동을 발생요인별로 분석한 결과 과음이 19건으로 가장 많았으며 서비스불만 6건, 흡연제지 2건, 승객간 시비 2건등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아시아나항공도 지난해 15건중 10건이 음주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대한항공 김운섭 안전평가관은 "기내난동 급증은 전 세계 항공사의 공통된 문제"라면서 "지난 98년 기내 금연조치 이후 기내난동이 급증한 점으로 미뤄 금연에 따른 스트레스가 과음과 기내난동으로 이어지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항공사들은 만취승객의 탑승금지, 주류 진열금지, 과음 승객에 대한 자제요청등을 통해 난동 줄이기에 나서고 있으나 술을 휴대하는 승객이 있는데다 주류서비스를 제한할 경우 승객의 불만을 살 가능성이 높아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항공사 관계자들은 "미국 항공사들은 일정량 이상의 술을 요구할 경우 술을 판매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으나 아시아권 항공사들은 승객의 불만을 우려, 주류판매제를 도입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무엇보다도 승객들의 자제와 승무원이 난동 승객을 제지할 법적 근거의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서울=연합뉴스) 박운영기자 pwy@yonhap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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