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B, 증시 영향력 제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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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은행(Fed)을 이끄는 핵심 간부들이 모처럼 주식시장과 경제, 그리고 통화정책의 상관관계에 대해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난 수개월간 미묘한 견해차이를 드러냈던 중앙은행 지도부가 이제 새롭게 투자자들에게 보내는 메시지는 매우 명료한 것이라고 말한다.

경제의 속도제한 상향조정과 함께 실현되고 있는 높은 생산성 증가는 기업들의신규 투자재원 조달 비용을 줄여 주는 `주가 폭등'을 가져왔고 이는 다시 `부자 효과'로 이어져 소비지출의 급속한 증가를 초래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소비지출 증가는 생산성 증가분을 초과하는 과도한 내수 부문의 수요 증가를 촉발했고 결국은 경기과열을 불러올 수 있다는 것이 FRB의 판단이라는 설명이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앨런 그린스펀 의장, 로런스 마이어 이사, 윌리엄맥도너 뉴욕 Fed 총재 등 Fed를 이끄는 핵심 멤버들은 최근 기회 있을 때마다 주식과 경제의 상관관계에 관한 새로운 논리를 피력했다.

A.G. 에드워즈의 증권전략팀장인 알프레드 골드먼은 Fed 내부에서 주식과 부자효과의 상관관계에 관한 상반된 이론이 있었지만 최근에는 그린스펀 의장과 다른 간부들이 "증시는 어쨌든 조정을 받게 될 것"이라는 일치된 목소리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인플레와 생산성 증가율에 상관없이 수요 증가가 둔화되지 않는 한 중앙은행이 계속 금리를 인상할 것임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맥도너 총재는 22일 "경제의 수요 측면이 상승 국면을 유지하는 한 이자율이 계속 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린스펀 의장도 지난주 같은 취지의 발언을 한 바 있다.

마이어 이사는 지난해 11월 "생산성 향상은 기업의 순익증가와 주가상승으로 이어지며 이는 결국 신규투자 비용을 낮춤으로써 부자효과를 통한 소비지출 증가를 촉발한다"고 말해 처음으로 생산성과 주가 연동설의 근거를 제시했다.

그린스펀 의장은 지난주 험프리-호킨스 청문회에서 마이어의 논리를 수용, 생산성 증가와 주가상승 등으로 인한 부자효과로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제 시장은 미국의 금리정책을 좌우하는 이들 3대 지도자가 주장하는 생산성과 부자효과에 관한 견해를 주목하고 있다.

오브리 랜스턴의 수석 분석가 데이비드 존스는 "Fed가 주식시장과 부자효과를 설명하기 위한 하나의 목소리를 찾았다"며 시장이 Fed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뉴욕 증시의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그린스펀 의장이 의회 증언을 통해 이자율 인상 가능성을 시사한 이래 이틀 동안 3% 하락했다.경제 전문가들은 Fed가 주가의 거품 여부를 문제삼기보다는 주가 상승이 수요에 미치는 영향에 초점을 맞춤으로써 업무 영역을 주식시장 으로까지 확대했다고 평가했다.

(뉴욕 AP=연합뉴스) lcs@yonhap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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