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여의도 일대 재건축 열기로 아파트 급등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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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여의도 일대 10~15층 규모 낡은 중층 아파트들의 재건축 움직임이 활발하다.

이미 철거가 완료된 잠원동 설악아파트(1~2동), 대치동 동아2차 아파트 등을 포함 재건축 사업이 구체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아파트는 10여곳이 넘는다.

최근 재건축을 위해 구조안전진단을 받거나 주민동의서를 받고 있는 아파트들도 적지 않다.

이들 재건축 대상 중층 아파트는 요지에 있는 곳이 많고 재건축할 경우 대부분 40평형대 이상 배정받을 수 있는데다 단지 규모가 1천가구 미만으로 크지 않아 사업진행이 빠르다는 점에서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다.

이에 따라 재건축 사업이 활발한 아파트는 값이 큰 폭으로 올랐다. 지난 1년 사이에 2배 정도까지 급등한 아파트가 있는가 하면 대부분 20~30% 정도 상승했다.

◇ 사업추진 현황〓중층 재건축이 가장 활발한 곳은 잠원동 설악아파트. 6개동 가운데 1, 2동은 지난해 5월 롯데건설이 시공사로 선정됐으며 최근 철거를 마치고 공사가 시작됐다. 25층 규모로 43평형 1백50가구, 53평형 1백6가구가 지어진다.

40~50평형 4백56가구가 들어서는 3~6동의 경우 현대건설이 시공사로 선정될 예정이며 최근 서울시 사전결정심의를 통과해 사업계획 승인을 남겨놓고 있다.

현대산업개발을 시공사로 선정해 놓고 있는 도곡동 서린아파트도 현재 사업계획승인을 신청 중이다.

대부분 70년대 중반 이후 지어진 여의도 아파트들의 재건축 열기도 뜨겁다. 여의도에서는 특히 상업지역에 위치한 아파트들이 관심을 끈다. 용적률을 최고 1천%까지 적용해 30층 이상 주상복합아파트를 지을 수 있어 사업성이 높기 때문이다.

현재 상업지역 내 미주.백조아파트가 롯데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하는 등 사업 진행이 가장 활발하다.

미주아파트는 사전결정심의를 통과하고 최종 사업계획승인을 남겨두고 있으며 백조아파트는 1차 사전결정심의를 통과한 상태다.

진주.공작아파트 등 여의도의 다른 아파트들도 현재 주민 동의절차를 진행하는 등 재건축 추진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한편 서초동 금호아파트는 지난달 정밀안전진단에 들어간 상태로 다음달 말 안전진단 결과가 나오는 대로 주민총회를 열어 시공사를 선정할 예정이며 서초동 삼익아파트도 이달 말 안전진단 결과가 나오면 주민동의서 접수에 들어갈 계획이다.

◇ 시세〓재건축이 발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설악아파트 1, 2동 29평형은 3억9천만~4억2천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매매값이 1억8천만~2억원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2배 이상 오른 셈이다. 3~6동의 경우도 꾸준히 상승해 28평형이 2억1천만~2억4천만원, 35평형은 2억7천만~3억1천만원에 시세가 형성돼 있다.

조합설립 준비 중인 대치동 주공아파트 31평형은 지난해 초 매매값이 2억7천만~2억8천만원이었으나 현재 3억7천만~3억8천만원으로 1억원이 올랐다.

청담동 상아1차 아파트 33평형도 지난해 초 1억8천만~1억9천만원에서 지금은 2억7천만~2억8천만원으로 1억원 가까이 오른 상태다.

재건축 초기 단계에 있는 아파트들도 정도가 덜하긴 하지만 값이 오르기는 마찬가지다. 주민동의 절차를 진행 중인 여의도 공작아파트는 지난해보다 5천만~6천만원 정도 올랐다.

여의도 공작부동산 홍석주 사장은 "지난해 5월 이후 전반적인 아파트값 회복세에다 재건축 기대감이 더해지면서 가격이 올랐다" 며 "지금이 초기단계인 만큼 사업 진척에 따라 앞으로 더 오를 여지가 많다" 고 말했다.

◇ 채산성〓청담동 상아1차 38평형의 경우 대지 지분이 19.9평으로 52평형을 분양받을 예정. 추가부담금이 2억원 정도로 현재 아파트 시세를 감안하면 투자비용으로 평당 1천만원 정도인 5억1천만~5억3천만원이 들어가게 된다.

3~4년 뒤 입주 시점의 강남지역 평당 분양가를 1천5백만원 정도로 볼 경우 평당 5백만원 정도의 투자 효과가 생긴다는 계산이다. 하지만 이 기간동안의 금융비용을 감안하면 채산성은 이보다 크게 떨어진다.

결국 재건축 대상 중층 아파트의 투자가치는 현재의 시세, 추가부담금 규모는 물론이고 입주 시점의 가격이 어떻게 형성될 것인 지와 금융비용이 얼마나 들어가느냐에 달려 있는 만큼 사전에 꼼꼼히 따져본 뒤 투자를 결정해야 한다.

김남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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