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리뷰] 돐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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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8년 만에 재공연 되는 연극 ‘돐날’의 한 장면.

요즘 세상에 누가 돌잔치를 집에서 할까. 연극 ‘돐날’(김명화 작, 최용훈 연출)은 그래서 오래된 느낌이다. 8년 만의 재공연이다. 2001년 초연 당시 동아연극상·대산문학상 등을 휩쓸었다. 초연 무대를 기억하는 의미에서, 맞춤법이 바뀌었지만 제목은 그대로 썼다고 한다.

 배경은 2000년대 초반. 30대 후반의 지호-정숙 커플은 대학동창을 집으로 불러 딸 혜진의 돌잔치를 한다. 이럴 때 남자들, 주접을 떤다. 말로는 우정, 의리 하지만 자기자랑에 바쁘다.

“이 답답한 새끼들아. 그래 전셋값 한두 푼 올랐다고 아주 꽉 잡혀 사는 거야.” 어설픈 개똥철학을 설파한다. “진짜 썩은 건 니들 시민운동하는 놈들이야 임마. 앞에서만 양심 찾지, 뒷구멍으로 기업한테 돈 받아 처먹잖아.” 신세타령도 단골메뉴다. “회사에서 치이고 마누라한테 치이고, 이 눈치 저 눈치 보느라 오죽하면 밤에 물건이 안 선다.” 결국 잔칫상은 화투판과 술판이 뒤섞이며 난장판이 된다.

 작품의 묘미는 2막이다. 귀에 착착 감기는, 살아있는 대사는 CCTV로 누군가의 거실을 훔쳐보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다. 영화의 교차편집마냥 남성들의 화투판과 여성들의 부엌 풍경을 옮겨가는 연출 감각도 뛰어나다. 서현철·김문식 등 조연들도 맛깔스럽다.

 하지만 3막으로 가면서 작품은 생기를 잃는다. 관념적인 대사가 넘쳐난다. 반전장치로 숨겨두었던 두 여성간의 비밀은, 무릎을 치게 하기보다 “대체 왜?”란 의문점만 남긴다.

 2000년대 초반, 학생운동을 했던 386세대의 민낯을 파고든 이 연극은 높은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지금은 2011년. 달라진 세상만큼 또 다른 버전의 ‘돐날’을 기대한다.

 ▶연극 ‘돐날’=7월 10일까지 서울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2관. 2만5000원, 3만5000원. 02-762-0010.

최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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