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봉주, '새 둥지를 애타게 찾습니다'

중앙일보

입력

"운동에 전념할 수 있는 따뜻한 보금자리가 필요합니다."

2000년 도쿄마라톤에서 2위를 차지한 이봉주 등 코오롱을 떠난 마라톤 선수들이 새 둥지를 애타게 찾고 있다.

지난 해 10월 임상규, 오인환 코치가 사표를 내자 코오롱을 함께 뛰쳐나온 선수는 남녀 4명씩 모두 8명.

그러나 오성근과 제인모가 지난 1월 상무에 입대하고 서옥연이 코오롱으로 되돌아가 17일 현재 이봉주와 권은주, 오정희, 손문규, 김수연 등 5명이 코치들과 지방 여관을 전전하며 '떠돌이훈련'을 하고 있다.

손문규와 김수연을 제외하고 나머지 3명은 국가대표지만 매달 60만원의 국고 지원금으로는 7식구 살림살이조차 빠듯한 실정이다.

이봉주가 도쿄마라톤에서 한국최고기록(2시간7분20초)으로 시드니올림픽 출전권을 따낼 때에 만 해도 당장 팀이 창단되는 분위기였으나 점차 시간이 흐르면서 원점으로 되돌아가는 듯한 느낌이다.

최근 발목을 다쳐 병원신세를 진 권은주와 이봉주는 결국 19일 경남 고성으로 다시 내려가 훈련캠프에 합류하게 됐다.

이들이 다시 길밖으로 나앉게 된 것은 진정으로 아직도 마라톤을 사랑하는 기업이 없는 까닭이다.

선수들이 창단을 '애걸'하고 있는 삼성그룹은 대한육상경기연맹의 회장사인 데도 불구하고 뾰족한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고 도쿄대회직전 용품계약을 맺은 휠라 코리아 역시 10억원의 팀 유지 비용을 들어 일찌감치 발을 뺐다.

특히 휠라는 1천만원을 지원하고 유럽진출 가능성 등 홍보에만 열을 올려 선수,코치들의 마음을 더욱 아프게 하고 있다.

숭민그룹도 코오롱 이탈선수들에 대한 영입작업에 매우 적극적이지만 선수들이 다단계 판매회사에 대한 사회의 부정적 인식을 들어 조심스런 입장이다.

지난 17일 이대원 회장 등 육상연맹 간부들과의 오찬에서 창단과 관련해 아무런 얘기도 듣지 못한 이봉주는 18일 박지원 문화관광부 장관을 예방, 이 문제를 꺼낼 계획이이서 성사 여부가 주목된다. [서울=연합뉴스 김재현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