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주’의 함점에 빠지지 말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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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에서 성장이냐 실적이냐를 두고 많은 논란이 일고 있다. 주식시장에서 항상 있어 왔던 논쟁거리이다. 성장주 테마가 한 차례 바람을 일으키고 나면 항상 제기됐던 문제였다. 차별화 장세는 주식시장의 오묘한 원리에 의해 항상 역차별화의 과정이 뒤따랐다. 성장주들이 큰 폭으로 하락하든지 아니면 실적주들이 제자리를 찾든지.

일반적으로 성장주와 실적주가 전면에 나서는 것은 경기사이클과 관련이 깊다. 경기가 호경기로 접어드는 초기 국면에서는 성장주들이 주식시장을 주도한다. 향후 진행될 호경기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되기 때문이다. 반면 경기가 상승국면의 중간지점을 지나 정점에 이르기까지는 실적주들이 주식시장을 주도한다. 그러면서 경기가 꺾이는 경우 실적이 뒷받침되지 못하는 성장주는 폭락의 과정을 겪게 된다. 심한 경우 부도가 나 주식시장에서 사라지기도 한다.

이런 과정을 매번 겪으면서도 많은 사람들은 성장주에 매달린다. 성장주가 가지는 ‘꿈’과 그 꿈으로부터 나타나는 급등세의 매력 때문이다.

한때는 성장과 아예 관계도 없는 작전주 열풍이 불기도 했다. 객장마다 그날의 작전주를 찾는 사람들로 장사진을 이루기도 했다. 폭락의 후유증을 알면서도 왜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허상에 매달렸을까. 단기적으로 나타나는 급등세의 매력 때문이었다. 그리고 상대적 박탈감을 극복하지 못해서였다. 그런데 그 말로는 거의 대부분 비참했다.

이런 경험에도 불구하고 끝없이 반복되는 성장주에 대한 열기 그리고 그 가치논쟁. 어쩌면 이것이 주식시장의 본성인지도 모른다. 성장주에 투자하는 많은 투자자는 고점을 찍고 내려오기 전에 팔 수 있다는 자신감과 지나친 확신으로 무장돼 있다.

그러나 지난 세월 성장주로서 한 시대를 풍미했던 주식들 중에 과연 몇 종목이나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지 살펴보면 그 결과는 허망하다. 현 시점에서 생각해 보면 SK텔레콤·삼성전자 등 몇 종목을 제외하고는 거의 없다. 무대 뒤로 사라진 종목들도 많다.

그렇다면 현 주식시장에서 성장주로 움직이는 주식들도 똑같은 말로를 맞이할 것인가. 대체적으로 그럴 것이라 생각한다. 그런데 과거 한 순간의 테마나 기술의 무늬만으로 뭇 사람을 속였던 그런 행태는 아닐 것이라 생각한다.

과거의 성장주에 비해 ‘꿈의 실현’이라는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단순히 한 기업의 기술만으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패러다임 전환과 맞물려 있기에 그 가능성이 훨씬 높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리스크관리를 이야기하고 싶다. 주식시장에서 최우선은 리스크관리이다. 이익을 내는 사람은 많다. 그런데 그 이익을 지킬 줄 아는 사람은 적다. 주식시장에서 수익을 낸다는 것은 욕심을 자제할 수 있는 능력 없이는 불가능한 것이 아닌가 한다.

올해도 성장과 실적주에 대한 논쟁이 끝없이 이어질 것이다. 지식사회라는 용어에서 나타나듯이 모르면 바보로 취급받고 논쟁에 끼어들 수도 없기에 더욱 격렬한 논쟁과 차별화장세에 대한 하소연이 언론지면을 도배할 것이다.

그런데 여기에 함정이 있다. 모르면서 아는 척하고 묻지마 투자를 하는 경우 백이면 백 실패할 수밖에 없다. 지식에 대해 정말 자신이 없는 사람이라면 묻지마 투자를 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쉽게 대응하는 것을 권하고 싶다.

자신이 잘 아는 주식 중에 지식사회를 선도할 수 있는 주식을 찾는 것이다. 그리고 꿈만 있는 것이 아니라 실적이 수반되는 그런 기업에 투자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투자전략이 ‘모’는 아닐지라도 ‘걸’은 되지 않나 생각한다. ‘모’를 노리다가 ‘백 도’가 되는 것보다는 ‘걸’이 훨씬 좋다. 주식투자를 하는 목적이 투기가 아니라면.

이런 관점에서 지식사회의 주식시장에 자신이 없는 투자자라면 단 한 종목의 삼성전자를 권한다.
문의 02-6747-6677·doolypapa @thinkpool.com·www.Thinkpool.com

김동진 싱크풀 대표 / 이코노미스트 52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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