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타는 가슴(Hearts Of Fire )

중앙일보

입력

87년말에 국내에서 개봉된 이 영화 '불타는 가슴(Hearts Of fire)'은 그 이름만으로도 팝팬들을 흥분시키는 포크음악의 영원한 황제 밥딜런이 오랫만에 스크린에 직접 출연, 연기를 보여주고 노래한다는 막강한 프리미엄까지 붙어 있는 만큼 화제면에서 일단 성공전략을 가지고 있는 영화라고 볼 수 있다.

그밖에도 이 영화에는 미국 록큰롤계의 새로운 신성으로 떠오르고 있는 여성 아티스트 피오나가 은막에 처음 데뷔하고 있는데, 이미 85년에 발표된 앨범 'Beyond The Pale'에 수록되었던 'Running Out Of The Night' 같은 곡으로 국내에서도 친숙하다.
영화의 내용은 한 시대를 풍미하다 은퇴한 미국인 노장가수(이 역을 밥딜런이 맡고 있다)와 지금 막 스타덤에 오르려는 가수 지망생(피오나), 그리고 젊은 영국인 펑크가수(루퍼트 에버리트), 세 사람이 스타덤의 화려한 조명과 그늘 사이에서 그려가는 애정과 갈등을 주된 내용으로 하고 있다.
줄거리만 보자면 그동안 몇 차례나 영화화 됐던 '스타탄생'의 87년판이라고 오해할 정도로 스타덤에 둘러싼 남녀의 평범한 멜러물 취향을 풍기고 있지만 은막에서 뿜어내는 밥딜런의 중후한 연기나 피오나의 신선한 매력을 감안해 볼 때 일단은 편견없이 감상할 만한 영화라고 생각된다.
하지만 영화자체에 대한 평가나 연기자로서의 밥딜런과 피오나에 대한 재질 평가는 영화팬들에게 맡겨두고 이 영화의 사운드트랙에 대해서 이야기 해 보자.

이 사운드트랙 앨범에 수록된 곡은 모두 10곡.
그중에서 밥딜런이 부른 곡은 피오나와 듀엣으로 부른 곡까지 합쳐 3곡이다.
이 곡들에 대해 평범하고 진부한 곡이라고 꼬집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일단은 이 영화의 주인공의 성격에 맞는 배경 구실을 훌륭하게 해주고 있다.
그중에서도 특기할 만한 곡이라면 밥딜런과 피오나가 함께 듀엣으로 부른 'Had A Dream About You, Baby'인데 이 곡에는 또 록 기타의 대명사 에릭클랩톤이 리드 기타리스트로, 롤링스톤즈의 기타리스트 론우드가 베이스 주자로 참가해 이 곡의 품격을 더욱 높여주고 있다.
피오나는 이 앨범에서 타이틀 곡을 포함해 무려 5곡을 들려주고 있어 그녀의 비중을 말해 주고 있는데 그녀의 평소 사운드대로 그룹 하트의 앤윌슨을 닮은 낭랑하고 시원한 보컬을 위주로 한 강렬한 록 사운드가 극중의 인물과 어울려 강렬한 매력을 풍기고 있다.
영국인 펑크가수로 출연한 루퍼트 에버리트는 밥딜런이나 피오나와는 달리 전문적인 가수는 아니지만 영화배우로 활동하면서 싱글레코드를 발표한 경력이 있을 정도로 기본적인 음악적 소양을 갖고 있는 인물이다.

이 앨범에서는 'Tainted Love' 'In My Heart'등의 곡을 들려주고 있는데 그의 사운드는 데크노팝이 가미된 다소 매끈한 사운드로 펑크가수로의 이미지를 이 노래를 통해 표출시키고 있다.
사운드트랙 앨범의 강점은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영화를 통해 느낀 감동과 분위기를 음악으로 재현시킬 수 있다는 점이 으뜸일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영화에 사용된 음악은 다른 음악들보다도 오랜 생명력을 가지는 것이 보통이다.
또한 비록 영화를 감상하지 않은 팬이라 할 지라도 개인의 솔로앨범과는 달리 여러가수의 다양한 음악을 한 앨범을 통해 감상할 수 있다는 것도 무시할 수 없는 사운드트랙의 강점이다.
이 앨범 역시 이러한 사운드트랙의 장점을 모두 지니고 있어 영화의 국내개봉과 함께 국내 팝스팬과 영화팬들에게 좋은 선물이 될 것이라 생각된다.
다만 영화에 수록된 음악들이 워낙 많기 때문에 몇몇 곡이 누락되어 있는 것이 다소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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