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선 교수 안식년 때 무급 … 미국선 봉급 다 안 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4면

박유성 교수

국내 대학 교수들은 강의를 하지 않는 방학이나 안식년(연구년) 때도 급여를 받는다. 하지만 선진국에서는 사정이 다르다. 미국이나 영국·프랑스 등 상당수 국가에서 방학 때 교수 월급을 주지 않거나 연구년이 무급이다. 국내 교수들의 상황이 글로벌 스탠더드와 다른 것이다.

 미국 교수들은 보통 10개월 단위로 계약한다. 여름방학인 6~8월엔 급여가 나오지 않는다. 그래서 교수들은 여름방학 강좌를 맡거나 별도의 일거리를 찾아 나선다. 국내 대학처럼 미국에서도 7년에 한 번씩 6개월~1년 안식년을 준다. 6개월 갈 때는 급여를 평소대로 주지만 1년을 가면 80%만 주는 게 일반적이다. 미국 몽클레어 뉴저지주립대에서 6년째 강의하는 김동균(경영학과) 교수는 “연봉이 10개월 계약이기 때문에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교수가 아니면 1년짜리 안식년을 가는 경우는 많지 않다”며 “교수 한 명이 비면 다른 교수가 결원을 메우거나 외부 겸임교수를 초빙해야 해 학과에서도 눈치가 보인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미국 대학에선 한국 처럼 형식상 계획서를 내고 안식년을 적당히 보내는 게 안 통한다”며 “안식년 동안 계획서대로 연구 성과를 내는게 일반적”이라고 덧붙였다. 위스콘신주립대 정치학과의 한 교수는 “미국에서는 같은 시기에 학교에 들어간 교수 간에도 연구 성과에 따라 급여가 20%까지 차이 나기 때문에 안식년 때 연구나 저술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그 후에 급여가 오르지 않는다”고 말했다.

 영국 대학들은 더 엄격하다. 안식년 때 보수를 주지 않는다. 런던대 킹스칼리지 전광호(국방학) 교수는 “3년에 6개월씩 연구 기간을 가질 수 있고 6년 만에 연구년을 신청하면 1년 휴직할 수 있지만 무보수라 신청하지 않는 교수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50세 교수를 기준으로 연봉이 평균 4만5000파운드(약 8000만원) 정도여서 일반 기업체에 비해 높지 않다”며 “다만 외부 연구비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교수들은 연구비 받는 연구를 하느라 늘 바쁘다”고 소개했다. 프랑스도 비슷하다. 프랑스 리옹3대 이진명(한국학) 교수는 “대학에 안식년 연구계획서를 내 심사를 받는데 허가되는 비율이 높지 않아 대다수가 신청조차 안 한다”며 “대체할 교수 인력이 없으면 허가가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홍콩에선 ‘싱글인 교수는 임용 후 5년 내에 결혼하기 힘들다’는 얘기가 회자될 정도로 교수는 바쁘다. 홍콩폴리텍 이윤석(화학) 교수는 “임용 후 5년간의 연구 실적을 평가해 테뉴어(종신교수)를 주기 때문에 강의와 연구, 논문 작성을 병행하느라 누구를 만나 편하게 식사조차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일본에서는 2004년 국립대 법인화 이후 안식년제가 도입됐지만 확산 속도는 느리다. 문부과학성 조사(2008년 기준)에 따르면 국립대의 52.3%, 사립대 17.5%, 공립대의 16.1%만 안식년제를 운영 중이다. 7년 근속 교원에 한해 6개월~1년 외부연구를 할 수 있는데 급여를 똑같이 지급하는 대학도 있고 60%만 주는 곳도 있다.

 국내에도 안식년을 알차게 활용하는 교수들이 많다. 고려대 박유성(통계학) 교수는 2008년 6개월짜리 연구년을 여의도에서 보냈다. 주요 증권사·채권평가사 등에서 3개월간 금융권 실무를 배우고, 남은 3개월은 금융권 최신 트렌드와 수리·통계학을 접목해 연구를 했다. 금융시장에선 각종 파생상품이 쏟아져 나왔지만 대학에선 관련 연구나 강의가 거의 없을 때였다. 당시 성과를 바탕으로 이번 학기부터는 ‘수리금융학’이라는 강의를 개설했다. 박 교수는 “학생 진로에도 도움이 될 유망한 분야를 가르치려면 현장을 뛰며 나부터 공부하는 게 최고의 연구”라고 말했다. 대학들도 연구년 규정을 강화해 모범사례를 확산시키려는 모습이다.

특별취재팀=강홍준(팀장)·김성탁·박수련·윤석만·강신후·김민상 기자, 정경민(뉴욕)·박소영(도쿄)·김정욱(워싱턴)·장세정(베이징)·이상언(파리)·정용환(홍콩) 특파원

중앙일보가 독자와 함께 등록금 낮추기 운동을 벌입니다

고액의 대학 등록금 내릴 수 있습니다. 대학의 자구 노력이 우선돼야 합니다. 정부 재정 지원은 그 다음입니다. 그래야 국민 세금 부담을 덜고 안정적인 등록금 인하가 가능합니다. 교수·학생·학부모가 모두 머리를 맞대야 합니다. 대학의 불투명한 회계와 낭비 요소의 현장을 신고해주십시오. 중앙일보가 취재해 드리겠습니다. e-메일(school@joongang.co.kr)과 트위터(http://twitter.com/tuitionreduce) 계정을 열었습니다. 전화는 02-751-5442, 5446.

▶중앙일보가 독자와 함께 등록금 낮추기 운동을 벌입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