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디어에 실력갖춘 벤처인 각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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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 열풍과 함께 직장에서의 성공 및 출세개념도 달라지고 있다.

지금까지 이공계출신들의 성공 모델은 삼성전자 진대제 사장처럼 좋은 학벌을 가지고 대기업에 입사한 뒤 능력을 인정받아 고속 승진하는 것.

미 스탠퍼드에서 박사를 딴 반도체전문가 陳사장은 1985년 삼성전자(미국법인)에 입사한 이래 거의 해마다 승진해 올해초부터는 정보가전 총괄 대표이사 사장을 맡고 있다.

그러나 최근 떠오르는 직장인의 이상형은 더이상 뛰어난 학벌도 대기업 임원도 아닌, 실력과 아이디어를 갖춘 성공 벤처기업인이다.

서울대 공대 전기전자공학과 전국진 교수는 "한때 진대제 신드롬이라 해서 서울대 공대 내에 진대제 강의가 설치돼 대단한 인기를 모았으나 요즘은 반도체와 같은 종합기술분야보다 창업을 하기에 좋은 시스템엔지니어링이나 소프트웨어쪽에 학생들이 몰리고 있다" 고 말했다.

실제로 한국과학기술원(KAIST)전산학과의 인공지능퍼지 연구실의 경우 12명의 석.박사과정 학생중 4명이 이미 벤처를 하고 있다. 과기원 내에는 휴학을 하면서까지 벤처에 몰두하는 학생도 적지 않다.

이광형 전산학과 교수는 "지금까지 이공계에선 소위 출세라는 것이 없었는데 벤처기업이 뜨면서 이공계에도 스타탄생이 가능하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학생들이 대기업보다 벤처기업에 가거나 스스로 창업하길 원하는 분위기" 라고 설명했다.

학생들을 뽑는 기준도 유명대학 출신과 학업우수자 위주가 아니라 특정분야의 능력을 중시한 선발이 많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라이코스코리아는 부사장과 연구개발 인력의 태반을 소프트웨어에 특화돼 있는 J대학 전산학과의 한 연구실에서 입도선매 식으로 스카우트하고 있다. 대분분의 학생들은 인력이 모자라는 때라 어렵지 않게 큰 회사로 갈만한 데도 대부분 벤처에서 크고 싶어한다.

한글과 컴퓨터의 전하진, 팬택의 박병엽, 큰사랑 컴퓨터의 이영상 사장 등 줄을 잇는 스타탄생이 진대제 신드롬을 내몰면서 대기업들도 더 이상 기존 조직속에서 스타를 만드는 것으론 변화를 따라갈 수 없다는 위기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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