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개 최빈국, 외채탕감·시장개방 강력 촉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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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 제10차 총회에 참석한 세계 48개 최빈국들(LDCs)은 외채 탕감과 선진국 시장개방을 위해 선진국들이 관세 철폐와 쿼터제 철회 등 실질적인 조치를 취해줄 것을 촉구했다고 수파차이 파닛차팍 태국 부총리겸 상업장관이 13일 밝혔다.

이번 총회 의장을 맡고 있는 수파차이 부총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최빈국가군에 포함된 많은 나라들이 외채위기에서 벗어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면서 "따라서 외채위기 해소를 위해 채권국들과의 재협상이 한층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이번 주말 UNCTAD 총회의 폐막과 동시에 최빈국들의 요구사항이 담긴 행동계획을 선언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영국을 비롯한 일부 선진국들은 최빈국들의 외채를 탕감해 줄 용의가 있음을 전해왔다"고 밝히고 "탕감된 외채는 각국의 사회투자비용으로 전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카를로스 포틴 UNCTAD 사무차장도 이날 '99년도 최빈국 실태에 관한 보고서'에서 "97년말 현재 최빈국 인구는 세계 총인구의 13%를 차지하면서도 수출.수입 규모는 전체 수출.수입량의 각각 0.4%와 0.6%에 불과한 실정"이라며 "이는 그나마 80년대 수준에 비해 40% 이상 떨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최빈국들은 또 선진국 시장접근 과정의 문제점을 지적, 관세 철폐와 쿼터제 철회 등 구체적이고도 실질적인 조치를 통해 최빈국들의 경제발전을 지원해 줄 것을 요구했다.

수파차이 부총리는 "일부 선진국들이 이 문제에 주저하고 있으나 최빈국들에 대한 선진국들의 시장개방은 UNCTAD 협상의 주요 의제중 한 가지"라며 "시장개방문제는 UNCTAD 총회가 이번 주말 폐막하면서 채택할 `방콕선언'에 포함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유럽연합(EU)은 지난 12일 "EU는 최빈국들이 원산지로 돼 있는 모든 상품에 대해 비관세 적용과 쿼터제를 철회할 계획"이라면서 "다른 선진국 역시 EU의 선례를 따라주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한편 퇴임하는 미셸 캉드쉬 국제통화기금(IMF) 의장은 이날 고별연설에서 "선진국 클럽은 최빈국들의 입장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혀 빈.부국간의 '도덕적 폭력'을 없애고 새로운 협력의 시대를 열어줄 것"을 당부했다.

그는 또 "세계 각국이 주창하는 '세계화 정책'은 최빈국이나 개발도상국들에게 많은 혜택이 주어지는 수단이 돼야 한다"고 지적하고 "특히 서방 선진공업국 정상회담(G-8) 은 좀더 포괄적이고 각 지역의 이해관계를 효율적으로 대표하는 모임으로 성격을 바꿔 최빈국이 자체적으로 새로운 금융체계를 만들 수 있도록 도움을 주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방콕 교도.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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