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 노부부 대상 날치기범 맨손으로 잡았다

미주중앙

입력

한인 부인과 사이에 두 딸 / GG서 자동차 정비소 운영

한인 노부부 날치기 용의자를 붙잡은 행크 클레몬스가 지난 달 31일 자신이 운영하는 자동차 수리업소 앞에서 가든그로브 경찰국이 수여한 '용감한 시민' 메달을 들고 부인 조이스씨와 포즈를 취했다. 클레몬스 부부 뒤편으로 한남체인 주차장이 보인다.

"도움을 줘야 한다는 생각에 나도 모르게 달려갔다."

중년의 백인 남성이 한인 할머니의 손가방을 날치기한 용의자를 직접 붙잡아 화제다.

주인공은 가든그로브 한남체인 건너편에서 자동차 수리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행크 클레몬스(46.가든그로브). 그는 지난 달 11일 오전 11시30분쯤 고객과 대화하는 도중 어디선가 들려 오는 고함 소리를 들었다. 고개를 돌려 가든그로브 불러바드를 보니 자전거를 탄 젊은이를 도요타 캠리 승용차가 추격하며 한남체인 주차장으로 진입하고 있었다. 자전거를 탄 남자 팔에 손가방이 걸려 있는 것을 본 클레몬스는 날치기 사건임을 직감했다.

그는 "나중에 다시 와 달라"며 고객을 돌려보낸 뒤 자신의 트럭을 몰고 한남체인 주차장으로 향했다. 자전거를 탄 남성은 찾아볼 수 없었고 캠리만 주차돼 있었다. 차로 다가간 그는 범인을 놓치고 망연자실한 채 앉아 있는 한인 노부부에게 "그가 어디로 갔느냐"고 물었다. 노부부가 가리키는 방향을 따라 한남체인 뒷길로 진입한 클레몬스는 아파트 단지에서 걸어 나오는 청년을 발견했다. 자전거는 없었지만 그의 주변에 지폐 몇 장이 떨어져 있는 것을 본 클레몬스는 그가 범인임을 확신했다.

클레몬스와 시선이 마주친 청년은 뛰어서 도망치기 시작했다. 클레몬스도 차에서 내려 추격했다. 그는 "달리면서 '혹시 무기를 갖고 있으면 어떻게 하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가 소매가 없는 상의에 조깅용 반바지를 입었고 주머니에서 지폐가 마구 흘러내리는 걸 보고 총이나 칼을 지니지 않고 있을 걸로 짐작했다"고 급박했던 당시 상황을 전했다.

성공회 교회 뒤편 라슨 애비뉴에 도달하자 클레몬스는 숨이 턱에 차는 것을 느꼈다. 더 이상 추격이 어렵다고 느낀 클레몬스는 기지를 발휘해 "경찰이다. 멈추지 않으면 쏜다"고 소리쳤다.

그의 외침을 들은 청년은 발을 멈췄고 클레몬스는 달리던 탄력을 이용해 뒤에서 그를 덮쳤다. 청년이 몸싸움을 벌이며 저항하자 인근의 한인들이 몰려왔다. 청년은 "강도야"라고 소리쳤고 한인들은 "놓아 줘라"고 소리쳤다. 날치기를 잡으려다 강도로 몰릴 위기에 처한 클레몬스는 다시 한 번 기지를 발휘했다. 그는 "난 경찰이다. 경찰에 신고해 달라"고 외쳤다. 한인들은 즉시 911에 신고했고 이내 경찰이 달려 왔다.

경찰은 한남체인 뒤편 아파트 단지 수풀에서 피해자의 손가방과 자전거를 발견했다. 경찰국에 따르면 범인은 16세 라티노 미성년자이다. 그는 한 달 전쯤 날치기로 체포된 적이 있으며 보호관찰 기간 중 다시 범죄를 저질렀다. 70대 노부부는 인근 한인식당 주차장에서 날치기를 당했으며 피해액은 1200여 달러였다.

클레몬스는 한인 조이스씨와 결혼 두 딸을 두고 있다. 조이스씨는 "손님을 돌려보내면서 까지 자신을 돌보지 않고 남을 도운 남편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클레몬스는 또 비슷한 상황이 발생할 경우 어떻게 하겠느냐는 질문에 "당연히 도와줄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임상환 기자 limsh@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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