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시대와 AP통신의 변화의 몸부림

중앙일보

입력

지난 151년 동안 미국 언론의 기본적인 뉴스 공급원 역할을 해온 AP통신이 설립된 지 불과 4년 밖에 안된 인터넷 사이트 씨넷뉴스닷컴(Cnet News.com)이 제공하는 뉴스를 이번주부터 AP 금융뉴스의 일부로 공급한다.

뉴욕타임스는 31일 인터넷 및 관련 산업 뉴스 전문 사이트인 씨넷과 AP의 뉴스교류 계약은 AP가 비전통적인 뉴스업체와 첫 계약을 체결했다는 단순한 의미를 넘어 가십이나 스캔들 같은 이미지가 남아 있는 ''인터넷 저널리즘''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번 계약에 따라 AP는 매일 씨넷의 기사 5-10건을 받아 편집한 뒤 AP 금융 뉴스통신을 통해 10만부 이상의 부수를 가진 3백여 개의 미국 신문들을 포함한 회원사들에 배포하게 된다.

대신에 씨넷(www.news.com)은 미국 국내 및 국제, 스포츠, 오락분야의 엄선된 기사들을 싣고 있는 AP 온라인 서비스에 대한 접속권을 갖게 된다.

이번 AP-씨넷 계약은 지난해 CBS 뉴스와 금융뉴스 전문 사이트인 마켓워치(MarketWatch.com)와의 계약과 마찬가지로 주요 전통 뉴스업체가 뉴미디어 세계에서 더욱 더 공격적인 경쟁력을 갖추려는 욕구를 보여주는 것이다.

AP의 주요 경쟁업체인 로이터통신은 이미 오래 전에 뉴미디어 세계의 정복에 착수했는데 지난 98년 로이터가 미국내에 거둔 수익 6천300만달러 가운데 55%가 야후나, 월트 디즈니스 Go.com 같은 인터넷 사이트에서 벌은 것이다.

전문가들은 인터넷 독자 또는 시청자들은 금융뉴스, 특히 인터넷 관련 뉴스에 대한 관심이 높다고 말한다. AP 경영진은 신종 상품 및 사업 전문가들인 씨넷 기자 45명이 제공하는 뉴스로 AP 금융뉴스의 질이 개선되고 AP 회원사들의 웹사이트 내용이 풍부해질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사실 씨넷으로선 이번 AP와의 계약이 전통적인 매체와 처음으로 뉴스교류협약을 체결한 사례는 아니다. 예컨대 씨넷은 뉴욕 타임스의 온라인판에 이미 뉴스를 공급하고 있다. 그러나 1천549개 신문을 회원사로 거느리고 있는 AP와의 계약은 씨넷을 거의 모르는 엄청난 수의 독자들에게까지 씨넷의 기사들을 보급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라는 점에서 사뭇 다르다.

워싱턴 외곽의 한 신문에서 지난 70년대 중반에 기자생활을 시작했던 씨넷의 편집자 제이 싱은 ''온라인 전문 뉴스업체가 150년 전통의 종합 뉴스업체와 파트너가 될 것으로는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미국 언론사들의 협동조합 성격의 통신으로 태동했던 AP는 지난 94년 당초의 설립 취지에서는 벗어나 있는 한 뉴스 업체와, 이번 씨넷과 체결한 것과 유사한 계약을 맺은 바 있다. AP는 당시 막 출범한 금융뉴스 전문 서비스 업체인 블룸버그의 압력에 직면, 다우 존스의 주요 기사들을 가공해 AP 금융뉴스의 일부로 서비스하는 계약을 체결했으며 지금까지 이같은 사업을 계속 해오고 있다.

존 월맨 AP 편집장은 씨넷과의 계약은 다우 존스와의 계약을 체결할 당시의 생각이 더욱 발전돼 나타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뉴스 제공업은 현재 변화를 겪고 있으며 다양한 뉴스 서비스들이 갑자기 등장하고 있다''면서 ''우리는 회원사들에게 매우 다양한 서비스를 해주고 인터넷 및 기술에 대한 폭발적 관심에 대응할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고 밝혔다.

기술 및 금융 뉴스에 대한 관심은 인터넷 상에서 특히 분명하게 드러난다. CNNfn.com이나 CNBC.com, 현재 CBS가 지분을 갖고 있는 MarketWatch.com, 뉴욕 타임스가 지분을 갖고 있고 공동으로 금융뉴스를 서비스하고 있는 TheStreet.com 등의 뉴스 사이트들의 이용고객이 급증하고 있다.

이와 함께 로이터와 AP가 제공하는 국내 및 국제뉴스는 이제 어느 곳에서나 찾아볼 수 있어 웹사이트들이 고객 유인 경쟁에 거의 잇점을 주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독창적이고 특화되고 시의에 맞는 뉴스에 대한 수요가 더 크며 많은 경우 지역 뉴스들에 수요도 크다.

AP는 지역 뉴스 분야에서는 오래 전부터 특화돼 있지만 기술과 인터넷 분야에서는 45명의 기자가 취재하는 씨넷 만큼 정통하지 못하다.

한편 AP 내부에서도 이번 씨넷과의 계약 체결에 회의적인 여론도 없지 않았으며 상당수가 씨넷이라는 회사명조차 처음 들어본다며 전통적인 서비스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AP는 변화하는 추세에 발맞춰나가기로 했으며 이제 그 결과가 어떻게 나타날지 지켜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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