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골키퍼 최은성이 몸 날려 얻은 승점 1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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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골키퍼 최은성(40)이 몸을 날려 팀의 리그 4연패를 끊었다.

최은성은 22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현대오일뱅크 2011 K-리그 포항 스틸러스와 경기에서 10차례의 유효 슈팅을 막아내며 0-0 무승부를 이끌었다. 특히 후반 16분부터 10분 동안 눈부신 선방 쇼를 펼쳤다. 포항 공격수 노병준의 연이은 세 차례 슈팅은 막아냈다. 특히 후반 26분에는 노병준과 일대일로 만난 상황에서 몸을 던져 공을 밖으로 내보냈다. 노병준은 왼발 터닝슛과 중거리 슛 등이 최은성에 막히자 하늘을 올려다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3만여 홈 팬들은 최은성의 선방에 감탄사를 토해내며 기뻐했다.

대전은 지난달 24일 부산전부터 14일 전남전까지 4경기에서 9실점을 하며 4연패 수렁에 빠졌다. 앞선 6경기에서 2실점(3승 3무)으로 강한 수비를 보였던 것과는 딴판이었다. 최은성은 "4연패 한 경기를 다시 보니까 내 실수가 많더라. 오늘은 기필코 무실점 하겠다는 각오로 나왔다. 정신력이 남달랐다"고 말했다.

후배들에게 자극을 주는 것도 최고참 최은성의 몫이었다. 대전은 14일 전남과 원정 경기가 끝난 뒤 대전으로 올라오지 않고 18일까지 광양에서 훈련을 했다. 18일에 김해시청과 FA컵 원정 경기가 예정돼 있어서다. 또 다른 환경에서 훈련하며 분위기를 바꿔보려는 생각이었다. 최은성은 이 타이밍을 놓치지 않았다. 그는 "시즌이 시작되고 후배들과 진지하게 이야기를 나눠본 적이 없었다. 광양에서 합숙 훈련을 하는 동안 많은 이야기를 나누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따끔한 지적보다는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들어주는 농담을 택했다. 최은성은 선수들을 모아 놓고 "다음 경기에도 정신 안 차리면 최현(대전 골키퍼)의 머리카락을 빡빡 밀어 버리겠다"며 애교 섞인 엄포를 놨다. 최현은 팀에서 최은성에 이어 두 번째로 나이가 많다. 외국인 선수 박은호에게도 머리카락 자르는 시늉을 하며 겁을 줬다. 최은성의 농담에 후배들은 활짝 웃었지만 마음 속은 편치 않았다. 최은성은 "자극을 줬던 게 효과가 있었나보다. 후배들이 포항 공격을 잘 막아줘서 고맙다"며 활짝 웃었다.

대전=김환 기자 [hwan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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