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예]대학가의 '창녀' 시간강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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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쳇, 시간 강사 주제에...", "(교수님 아닌)
선생님 너무 해요..." 강의실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학생들의 투덜거림이다. 강의를 맡은 강사가 깐깐하게 수업 준비를 시킨다거나 과제물을 많이 내는 경우에 이 투덜거림은 더욱 자주 들을 수 있다. 대학생과 교수 그 사이의 '어정쩡한' 신분인 시간강사, 이들에게 우리 사회가 던지는 시각은 그리 후하지 않다.

"대학강사로 몇 년 일을 해 보니 이게 영낙없는 창녀다."라는 어느 시간 강사의 고백이 그리 낯설게 들리지 않는 것처럼 대학 사회에서 시간강사의 지위는 거의 바닥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 나라 대학에서 시간강사의 수업이 차지하는 비율은 상당히 높은 편이다. 재정적 상태가 부실한 대학일수록 시간강사의 의존율은 높다. 현재 대학교육의 40% 이상을 시간 강사가 담당하고 있다. 거의 반을 담당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현실과는 달리 대학에서의 시간강사는 대학 당국, 학생 집단 어디에서도 대접을 못 받는 '왕따' 집단이다. 대학 당국에게는 인건비를 손댈 수 있는 만만한 집단이고, 학생들에게는 정식 교수님의 '예우'를 상호간에 포기한 집단이다.

지난해 12월 국회에서 조사, 공개된 시간강사의 강사료는 국·공립대의 경우 시간당 2만 3천~2만 7천원 선, 사립대의 경우는 조사대상 123개 대학 중 절반이 넘는 79개 대학이 2만원 이하를 지급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물론 절대적 수치로 미루어 봤을 때 양쪽 모두 충분한 급여를 지급하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국·공립대는 교육부의 강사료 기준 금액을 적용받기 때문에 대학간의 격차가 그리 크지 않은 편이다. 하지만 사립대의 경우는 그야말로 심각한 수준이다. 사립대에서 국립대 수준인 2만 3천원을 넘는 대학은 불과 10여 곳도 안 되는 실정이고, 광주의 A대학은 1만 3천원으로 가장 적었다.

법적으로는 교직원의 대우를 받지 못 하는 '일용잡급'인 이들이 받는 강사료는 일주일 세 시간 해도 한달 25만원 남짓하다. 네 강좌를 맡아도 월 100만원 정도 수입밖에 얻을 수 없으며, 그나마도 방학에는 실직 상태에 들어간다. 대학으로부터는 의료보험이나 예비군 훈련 등 어떠한 혜택도 받을 수 없으며 변변한 휴게실과 우편함조차 없는 경우도 대부분이다.

시간 강사의 처우에 대한 문제는 비단 이들 소수집단에만 그치는 단순한 문제가 아닐 것이다. 연구를 하기 이전에 생계를 위해 뛰어야 하는 이들의 상황은, 대학생들의 학습은 물론 한 나라의 고등교육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문제인 것이다. 세계 100위 안에 드는 대학이 없는 우리 나라의 현실에서 이들에 대한 관심은 배부른 사치인가? 상아탑의 '노예'는 아직도 '호객행위'로 근근히 연명하고 있는데, 21세기를 향한 대학개혁이니 광역학부제니 BK21 같은 고상한 문제를 생각해 봐야 하는가?

새천년, 대학교육의 한 부분을 당당하게 담당하고 있는 이들에게 우리의 관심이 모아져야 할 때다. "창녀는 청량리 588에만 있지 않다. 창녀는 이 땅에서 귀한 몸 팔고 착취당하는 모든 사람들의 기호다. 이 땅의 창녀들이여! 단결하라!"라는 사뭇 비장한 목소리들이 대학 교육의 막다른 곳에서 울려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김소영 인터넷 명예기자 <spur22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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