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허재, 부상 악몽에 운다

중앙일보

입력

허재(35.삼보.사진)가 올시즌 '부상의 터널' 에서 헤매고 있다. 2라운드 중반 종아리, 3라운드 중반 허벅지 부상을 당한데 이어 이번에는 손가락 인대를 다쳤다. 한시즌 세차례 부상은 처음이다.

허재는 지난 18일 프로농구 현대와의 1쿼터 경기도중 볼다툼을 벌이다 왼손 새끼손가락 인대가 끊어졌다. 압박밴드로 응급처치를 하고 나섰지만 쉬운 골밑슛까지 놓치며 3득점으로 경기를 마쳤다.

일반인이라면 당장 수술을 해야 한다. 그러나 수술을 하면 2개월이상 볼을 만질 수 없다. 올시즌 남은 경기를 모두 포기해야 한다는 뜻이다. 손이 부러져도 악바리 투혼으로 코트에 나섰던 허재는 이번에도 뛰기를 고집하고 있다.

특별히 맞춘 보호대를 갖추고 경기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경기력이 현저히 떨어지므로 문제다. 농구선수의 새끼손가락은 슛할 때 볼을 받치는 기능을 하므로 득점이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삼보가 더욱 우려하는 것은 2~3년 정도 착실히 전력을 다져 우승에 도전하겠다는 청사진이 흔들리는데 있다. 그때까지 허재가 버텨야 하는데 불길한 조짐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노장 선수의 부상은 '은퇴의 전주곡' 과 다름없다. 허재에 앞서 '천재' 소리를 듣던 신선우와 '슛도사' 이충희를 은퇴시킨 것도 결국은 부상이었다. "허재도 은퇴할 때가 된 것 아니냐" 는 말이 나올만도 하다.

허재 자신은 "걱정할 것 없다" 는 태도다. 더 심하게 부상했을 때도 코트를 지켰는데 손가락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허재를 바라보는 최종규 감독의 시선은 안타까움으로 가득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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