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 상담 후 다른 내용 영어 계약서 '분쟁 잦다'

미주중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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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로 상담을 한 경우 반드시 한국어로 계약서를 체결하는 주법을 둘러싸고 한인사회에서 분쟁이 점차 확산되고 있다.

관련 법은 지난 2005년 7월1일 시행된 '소수계 언어 계약서 작성법'으로 한국어 중국어 필리핀어 베트남어로 상담이 이뤄졌을 경우 상담이 이뤄진 언어로 계약서가 만들어져야 한다는 것이 골자다.

소수계 언어 계약서 작성법이 시행된 지 거의 6년이 지나는 상황에서 분쟁이 급속도로 증가하는 이유는 지난 해 7월 이 법의 적용을 받지 않던 주택 모기지 융자서류에 대해서도 한국어로 상담이 이뤄졌을 경우 한글로 계약서를 작성해야 한다는 주법이 추가로 시행됐기 때문이다. 불경기로 인해 융자 분쟁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이 법이 재조명되고 있는 것이다. 기존에는 자동차 판매 및 리스 무담보 개인융자 1개월 이상의 렌트 계약 법률서비스는 물론 가전제품의 구입 등 소매계약이 대부분이었다.

법률가나 전문가들에 따르면 관련 분쟁은 2년 전과 비교해 4~5배 이상 늘어났다. 특히 불경기가 지속되자 한국어로 상담을 한 후 상담과 다른 내용을 담은 영문 계약서에 서명을 받는 일부 몰지각한 업자들이 늘면서 분쟁이 늘고 있다.

제이슨 김 상법 전문 변호사는 "일부 업자들이 계약서가 영어일 경우 소비자들이 꼼꼼하게 읽어보지 않는다는 점을 악용 추가 이익을 얻으려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에 발생한다. 또 관련 법을 대다수의 한인들이 모른다고 생각하는 것도 문제"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관련 분쟁 발생의 1차적인 책임은 업자측에 있다는 입장이다.

김 변호사는 "기본적으로 한국어로 상담을 하고 영어로 계약서를 꾸미는 것은 계약서 내용이 상담 내용과 일치하는지 아닌지 여부를 떠나 이미 주법을 어긴 것"이라고 밝혔다.

이 법은 소비자들의 권익을 지키는데 목적이 있기 때문에 실제로 분쟁이 발생한 경우 대부분은 소비자의 승리로 끝이 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법에 따르면 업자가 이 법을 위반한 경우 소비자는 아무런 제한 없이 계약을 취소할 수 있는 권한을 갖는다.

실제로 한국어로 자동차 리스 상담을 한 후 영어로 된 계약서에 서명을 했다가 상담 때보다 100달러가 많은 월페이먼트를 내야했던 이원식(29)씨는 "상담 때와 내용이 다르다고 아무리 말해도 들은 척도 안 하다가 변호사를 통해 관련 주법을 확인하니 곧바로 계약을 취소해 주더라"고 말했다.

반면 업자들은 주법을 준수하기 위해서는 번역비 등 추가적인 자금이 필요해 적지 않은 부담이 된다는 입장이다.

한 자동차 판매업자는 "요즘 같은 상황에 한인 고객을 위해 별도의 한국어 계약서를 제작하는 것이 쉽지 않다. 계약서와 상담 내용을 달리 적용해 추가수익을 얻으려는 업자는 극히 일부분이다"고 주장했다.

소수계 언어 계약서 작성법의 적용을 받기 위해선 반드시 한국어로 상담을 받아야 한다. 만약 영어에 능통한 사람과 동행 통역을 거쳐 업자와 협상을 했을 경우는 대상에서 제외된다. 휴대폰 케이블TV 서비스 자동차.주택 수리 은행의 계좌 관련 문서 치과 등의 계약서는 관련 법 적용 대상이 아니다.

문진호 기자 jhmoon@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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