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혜경교수, `벤처 뮤지컬' 첫 시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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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자 전원이 노개런티로 작품제작에 참가한 뒤 흥행성적에 따라 일정지분을 분배받는 이른바 `벤처 뮤지컬'이 국내에서 처음 시도된다.

연극평론가 이혜경씨는 '스태프와 배우가 소액주주로서 능력을 `투자'한 다음 추후 이익이 발생할 경우 이를 지분대로 분배받는 일종의 벤처 시스템을 연극무대에 도입키로 했다'면서 '그 첫 대상작품은 러시안 록 뮤지컬 < 아보스 >(원제: 유노나 이 아보스)가 될 것'이라고 19일 밝혔다.

이씨는 '이 시스템이 최근 침체일로를 걷고 있는 공연계에 새로운 활력소가 되기 바라며 향후 지향해야 할 새 제작방식의 모델로도 자리잡았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뮤지컬 < 아보스 >는 당초 서울뮤지컬컴퍼니가 2월 공연을 목표로 준비했다가 지난해 뮤지컬 < 록 햄릿 >의 흥행 실패에 따른 자금난으로 포기했던 작품. 이씨는 그동안 준비에 몰두해왔던 스테프 및 배우와 더불어 전혀 새로운 방식으로 작품을 살려내기로 결심했다.

이에 따라 국민대 연극영화전공 교수인 이씨는 교외공연으로는 최초로 자신이 직접 작품제작자로 나선 가운데 연출가 양혁철, 음악감독 제갈윤씨 등 스테프와 이용근, 이유진씨 등 20여명의 배우들과 손잡고 꺼져가는 공연 불꽃을 회생시켰다.

이씨는 노개런티 등에 힘입어 초기제작비를 당초 3억3천만원에서 1억5천만원 정도로 낮췄으며 서울 문예회관 대극장도 2월 12일부터 23일까지 시의적절하게 대관받아 공연을 추진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했다.

< 아보스 >는 1981년에 초연된 세계적인 러시아 뮤지컬로, 절망을 딛고 희망을 찾아나선 주인공 레자노프가 연인 콘치타와의 사랑과 인류구원 사이에서 고뇌하고 콘치타는 36년 동안 레자노프를 기다린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씨는 '러시아에서 가장 사랑받는 작품인 < 아보스 >는 인류구원에 대한 갈망과 절절한 사랑의 기다림이 어우러진 명작으로 그대로 내버려두기에는 너무 아까워 감히 제작자로 나섰다'면서 '이 작품이 성공리에 공연됨은 물론 벤처 시스템이 연극계에도 뿌리내릴 수 있도록 후원자들의 적극적인 관심이 있기 바란다'고 말했다. [서울=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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