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 이상 노인 극히 적은 북한, 장수비결로 내세운 것은 "뚱뚱해져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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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주민들의 수명은 어느 정도일까. 꼭 집어서 제시하기가 힘들다. 영유아기에 굶어죽는 등 통계에 잡히지 않는 수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다만, 북한 당국이 선전용으로 대외에 공표하는 100에 이상 노인 인구를 보면 북한 주민의 수명을 다른 나라와 비교해서 짐작은 할 수 있다.

북한에선 100번째 생일을 맞은 북한 주민에게 김정일 국방위원장 이름으로 생일상을 차려주고 방송을 통해 대대적으로 알리는 등 선전에 열을 올린다.

유엔인구기금(UNFPA)이 집계한 북한 내 100세 이상의 장수 노인은 2008년을 기준으로 64명에 불과하다. 윌리엄 라이언 UNFPA 공보담당관은 "북한에서 100세 이상자는 모두 여성"이라고 말했다.

한국의 100세 이상자는 지난해 6월말 기준으로 총 2862명이다. 북한보다 55배나 많다. 특히 UNFPA가 북한의 100세 이상 인구를 집계한 2008년을 기준으로 볼 때 100세 이상 전체 인구가 아니라 그 해 100세가 된 인구만 743명이었다.

미국 인구참조국(Population Reference Bureau)의 북한 전문가인 칼 하브 선임연구원은 "(64명은)매우 낮은 수치다. 다른 개발도상국과 비교해도 현저히 낮은 숫자"라며 "특히 100세 이상자가 모두 여성이라는 점은 북한 남성이 군대와 광산 등 위험한 환경에서 일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그는 "장수하기 위해서는 정기검진을 비롯한 기본적인 의료·생활환경이 마련돼야 하는데 북한은 매우 열악한데다 계속된 식량난으로 충분한 영양을 공급받지 못하기 때문에 장수할 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덧붙였다.

◇북한 당국이 제시한 이상한 장수비결…"뚱뚱하고, 머리 벗겨지고, 키가 작으며, B형인 사람"

한국과 선진국에선 장수비결로 '긍정적이고 현실적인 태도' '삶에 대한 애정과 유머' 정신적인 건강과 용기' 등을 첫 손가락에 꼽는다. 이어 적게 먹고, 채소나 잡곡밥을 즐기며, 항상 일을 한다는 점을 주요 장수비결로 삼는다.

하지만 북한은 완전히 다르다.

북한의 대외홍보 주간지 '통일신보'는 지난달 30일 발행한 최신호에서 "과학자들은 오랜 기간의 연구를 거쳐 다음과 같은 사람들이 장수할 수 있다고 인정했다"며 과체중과 단신, 탈모증, B형 성격 등을 장수 징표로 꼽았다.

통일신보가 제시한 장수비결은 다음과 같다. ①몸이 비교적 실한(몸무게가 표준보다 20%를 초과) 사람 ②상대적으로 키가 작은(남자는 165Cm~168Cm, 여자는 159Cm~162Cm) 사람 ③녹색을 가까이 하는 사람(녹색은 심장의 박동을 낮추거나 느리게 한다는 이유) ④ 머리가 벗어진 사람(남성호르몬 분비가 왕성) ⑤식사를 합리적으로, 다양하게 하는 사람 ⑥꿈이 많은 사람 ⑦B형(온화하고 마음이 너그러우며 대범. 또 기회를 보면서 행동) ⑧맏이로 태어난 사람이다.

흥미로운 것은 이 특징은 북한 주민들이 말하는 '40대 당(黨) 간부 남성상'과 비슷하다는 것이다.

김진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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