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계 도전21 - 공연예술지 '객석' 인수 윤석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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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배우 윤석화(45) 는 인터뷰 내내 '정성' 과 '성의' 를 강조했다. 얘깃거리가 달라져도 결론은 정성과 성의 두 단어였다.

"원래 대충하는 꼴을 보지 못해요. 땀 없이 뭘 이룰 수 있겠어요" 라며 말에 힘을 실었다. 그렇다면 누가 무성의한 것인가. 관객이 속속 빠져나가는 오늘의 연극계를 만든 것은 누구의 책임인가. 윤씨는 '사회 반(半) 연극계 반(半) ' 으로 요약한다.

우선 사회. 연극을 포함한 순수 예술 전반에 대한 정책이 없다고 따진다. "별 것도 아닌 예술가의 생가를 번듯한 관광상품으로 포장하는 외국에 비해 우리는 무엇을 했는지…. " 소중한 문화 전통을 헌신짝 버리듯 방기(放棄) 하지 않았느냐고 반문한다.

그리고 연극계. "연극인 자신의 잔치에 만족한 측면은 없었을까요. 정말 관객이 보고 싶어하는 작품을 얼마나 정성껏 만들었을까요. 혹시라도 양적인 팽창에 급급해 질을 높이는 일에 게으르지는 않았는지…. "

지난해 8월 공연예술전문 월간지 '객석' 을 인수해 제 2의 인생에 나선 윤씨의 올해 각오는 이렇듯 현실에 대한 반성에서 시작한다. 그리고 누구보다 야무진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문화계 전반이 척박하기 그지없지만 "믿음은 구원을 낳는다" 는 기독교인의 신앙으로 밀어 붙이겠다고 말한다. 지금까지 수많은 관객으로부터 받은 사랑을 사회에 돌려줘야 한다는 일종의 소명의식에서다.

일단 기업과 공연의 만남을 적극 추진한다. 잡지 '객석' 에 기업체 단체 구독을 다수 끌어 들이겠다는 것. 기업으로선 회사 이미지를 홍보하고, 공연계로선 문화 소비층을 넓히는 일거양득의 효과가 있다. 현재 금융회사.대기업 등과 활발히 접촉해 일정의 소득을 거뒀다고 밝힌다.

잡지를 단체구입한 기업에겐 8쪽 가량의 기업홍보를 실어주는 '맞춤형' 잡지도 만들 예정이다.

"균형잡힌 사회가 중요해요. 졸부의 문화를 방치해선 안되죠. 그러나 문화계가 '구걸' 하는 식은 곤란해요. 문화가 기업에도 소중하다는 것을 확신시켜야 합니다. " 이어 '객석' 을 통해 문화계의 공정한 경쟁을 유도하겠다고 선언한다. 객관적이고 정확한 평가로 옥석을 가리며 좋은 작품을 향해 서로 열심히 나아가는 체제를 만드는 것이 소망이란다.

개인적으로도 큰 사업에 도전한다. 11월께 대형 뮤지컬을 선보인다. 조선시대부터 현대까지 한국사의 여성을 훑어 볼 작정이다. 3월까지 윤곽을 완성할 계획. 또 2002년에는 외국자본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한국.중국.일본의 남성을 다룬 대형 뮤지컬을 만들겠다고 한다.

세계시장 진출용이다. 뿐만 아니다. 올 6월까지 서울 강남에 클래식, 동숭동엔 소공연 전용극장을 각각 세우겠다고 말했다.

너무 많은 일을 벌이는 것은 아닐까. 윤씨의 대답은 단호하다. "나이 쉰까진 지금처럼 치열하게 살 겁니다. 사회-문화계-관객이 각기 선을 이루며 하나의 원을 완성했으면 해요. 결국 문화는 우리 모두가 엮어가는 것 아닙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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