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1분기 성장률 1.8%로 둔화 … 일시적인가 더블딥 전조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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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1분기 미국 경제성장률이 1.8%를 기록했다고 미 상무부가 28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지난해 4분기 3.1%에서 큰 폭으로 후퇴한 것이다. 그렇지만 뉴욕 증시는 전날의 오름세를 이어갔다. 1분기 성장률이 주춤하기는 했지만 하반기로 갈수록 경기회복세가 되살아날 것이라는 전망이 시장을 지배했기 때문이다. 27일 97년 만에 기자회견을 연 벤 버냉키(Ben Bernanke)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도 1분기 성장률은 “일시적”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1분기 성장률이 떨어진 건 악재가 겹쳤기 때문이다. 중동·북아프리카 불안에서 비롯된 고유가가 미국 소비자를 움츠러들게 만들었다.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70%를 차지하는 소비지출이 1분기 2.7% 증가에 그쳐 지난해 4분기 4%에 훨씬 못 미쳤다. 여기다 지난겨울 잦은 폭설과 혹독한 날씨도 민간소비의 발목을 잡았다. 국방비 지출이 지연되는 바람에 정부 재정지출도 6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줄었다. 궂은 날씨 탓에 상업용 건설 지출도 21.7% 감소했다.

 다만 1분기 성장을 제약한 요인은 일시적이라는 시각이 다수다. 국방비 지출이나 상업용 건설 지출은 시간이 가면 자연히 정상궤도를 되찾을 요인이란 것이다. 고유가도 중동·북아프리카 불안만 진정되면 경기회복세를 좌초시킬 만큼 지속되지는 않을 것이란 얘기다. 연초부터 실업률이 빠른 속도로 떨어지고 있는 것도 고무적이다. 여기다 기업투자도 살아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1분기 기업의 장비·소프트웨어 투자는 11.6% 증가했다.

 그렇지만 비관론도 만만치 않다. 리비아 사태가 예상보다 장기화할 가능성이 큰 만큼 고유가가 쉽게 해소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다 10월 1일 시작되는 미국의 2012회계연도엔 재정지출이 더 큰 폭으로 깎일 공산이 크다. 이는 지방정부 재정에도 타격을 입힌다. 동일본 대지진에 이어 미국 중남부를 강타한 토네이도도 미국 경제엔 악재다. 캘리포니아주립대 손성원 교수는 “올가을엔 미국 내 휘발유 값이 갤런(3.8L)당 4.25달러에 이를 것”이라며 “1분기에 나타난 악재가 2분기 이후 금방 해소될 것으로 보는 건 지나친 낙관론”이라고 말했다.

뉴욕=정경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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